2021년 11월 럭스틸 출시 10주년 간담회에서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2021년 11월 럭스틸 출시 10주년 간담회에서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동국제강 제공
중국산 컬러강판이 급증하던 시절. 당시 국내 컬러강판 ‘빅3’(동국제강, 동부제철, 포스코강판)는 연산 40만t 내외의 비슷한 생산 규모로 서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중국산 대비 가격 경쟁력을 어떻게 확보할 것이냐가 업계의 최대 관심사였다. 하지만 동국제강의 선택은 남달랐다. 오히려 이탈리아산 고급 벽지, 강화 유리, 대리석 등을 경쟁자로 설정했다.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출시하고 디자이너 등을 마케팅 타깃으로 삼았다.

한경 CMO 인사이트의 마케팅 케이스 스터디(사례 분석)는 동국제강의 럭스틸 마케팅 전략을 소개했다. 올해가 론칭 11년째인 럭스틸은 동국제강이 국내 최초로 선보인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다. ‘고급(Luxury)’과 ‘철(Steel)’의 영문 합성어로, 프리미엄 건축 내·외장재용 컬러강판을 표방한다는 뜻이다.

컬러강판은 철강재에 페인트를 도장·코팅하거나 필름을 부착한 제품이다. 일반 철강재보다 t당 가격이 두 배 이상 비싸지만, 다양한 색상은 물론 나무 등 소재의 무늬나 질감도 표현할 수 있어 프리미엄 가전제품에도 쓰인다.

장세욱 부회장은 럭스틸을 시장에 선보일 당시 “(럭스틸은) 동국제강이 50년간 쌓아온 경험의 결정체”라며 “세계적인 프리미엄 컬러강판 브랜드로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가격 경쟁 대신 ‘브랜드 마케팅’ 승부수

동국제강이 브랜드 마케팅으로 승부수를 던지자 업계에선 부정적 반응이 많았다. 중국산 대비 가격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을 할 경우 제조원가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회사 내부에서도 인력 부족, 생산성 저하 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장 부회장은 규모 중심의 경쟁이 아니라 ‘가능성’에 집중했다. 장 부회장은 “럭스틸의 경쟁자는 이탈리아산 고급 벽지, 강화 유리, 대리석”이라며 “건축자재의 기능을 넘어 건축 문화의 미학으로, 고객들이 상상하는 모든 패턴을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리미엄 강판 브랜드 제품은 2011년 6만t에서 2021년 28만t까지 5배가량 성장했다. 컬러강판 중 프리미엄 제품 판매 비중은 지난해 기준 40%까지 늘어났고 컬러강판 사업 매출 비중은 2011년 10%에서 2021년 20%로 높아졌다.

천성용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동국제강이 경쟁사, 특히 중국산 제품과 치열한 가격 경쟁을 벌이기보다 차별적인 브랜드 마케팅을 통해 가치 기준 가격결정(value-added pricing)을 추구했다”고 평가했다.

천 교수는 “자사의 제품에 특별한 ‘가치(Value)’를 추가해 고가격을 정당화하는 마케팅이 가치 기준 가격결정 전략”이라며 “대부분의 명품 브랜드가 ‘장인 정신’이라는 추가 가치를 부여해 고가격을 정당화하는 것이 대표적 사례”라고 설명했다.

그는 “경쟁사들과 치열한 원가 경쟁을 벌이는 원가 기반 가격결정(cost-based pricing) 전략을 선택하면 결국 언젠가는 마진을 줄여야 하고 그 이후엔 원가마저 줄여야 하는 순간이 오게 마련”이라고 덧붙였다.

‘맞춤화’ 수준 높여 소비자 니즈 충족

럭스틸 이전에는 단색 컬러인 흰색, 아이보리색, 파란색, 붉은색 등의 제품이 주류를 이뤘고, 주로 공장이나 창고에만 사용됐다. 가전제품도 ‘백색’ 가전으로 불렸고 가전용 컬러강판도 흰색 중심의 강판이 대부분이었다.

동국제강은 럭스틸을 앞세워 수천 가지 패턴으로 고객 맞춤형 강판 생산이 가능하게 만들었다. 그 결과 동국제강의 럭스틸은 다양한 건축물의 내·외장재로 활용되고 있다.
럭스틸이 적용된 부산 스타벅스 화명점 전경. /동국제강 제공
럭스틸이 적용된 부산 스타벅스 화명점 전경. /동국제강 제공
부산 스타벅스 화명점을 포함한 전국 100여 개 스타벅스 매장에도 럭스틸이 활용됐다. 대형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 내 제네시스 전용 스튜디오는 고급차 브랜드 이미지를 나타내기 위해 럭스틸을 사용했다. 주택, 오피스, 상업시설, 공공시설 등에 럭스틸을 내·외장재로 채택하는 사례는 최근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최현자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동국제강 컬러강판 사례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고객 맞춤형’ 강판 생산”이라며 “철강 분야와 달리 다른 분야에서는 ‘고객 맞춤형’ 전략이 일찍부터 활발하게 사용돼 왔고, 특정 소비자의 니즈를 반영해 제품을 만들거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맞춤화(customization)에 대한 연구도 많이 이뤄져 왔다”고 소개했다. 이어 “소비자의 참여 수준에 따라 맞춤화를 세 가지 유형, 즉 완제품 외형선택형, 선택적 제품완성형, 협력적 제품완성형 등으로 구분한다”며 “동국제강 컬러강판은 선택적 제품완성형 혹은 협력적 제품완성형에 해당하는 것으로, 소비자 참여 수준을 적절하게 보장함으로써 맞춤화를 원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켰다”고 평가했다.

新전략 ‘DK컬러 비전 2030’ 제시

지난해 장 부회장은 럭스틸 론칭 10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경쟁은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장 부회장이 제시한 새로운 전략은 ‘DK컬러 비전 2030’이다.

향후 10년의 컬러강판 시장을 이끌 전략이라는 뜻으로, 2030년까지 컬러강판 매출 2조원, 생산능력 100만t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설명이다. 현재 동국제강의 컬러강판 매출은 1조4000억원, 생산능력은 85만t이다.

중국산과 가격경쟁 대신 '브랜드 마케팅'…컬러강판 강자 '우뚝'
장 부회장은 비전 달성을 위한 키워드로 ‘글로벌’, ‘지속성장’, ‘마케팅’을 제시했다. 동국제강은 멕시코, 인도, 태국 등 3개국에 두고 있는 생산거점을 미주, 유럽, 동남아, 호주 등을 포함한 7개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장경영 선임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