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경훈 기자
사진=신경훈 기자
금융위원회가 MG손해보험에 내린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의 효력이 정지됐다. 이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로 넘어간 MG손보의 경영권도 다시 대주주인 JC파트너스로 돌아오게 됐다. 금융위의 적기시정조치(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가 ‘대주주의 회복할 수 없는 손해’를 이유로 무력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금융계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서울행정법원은 3일 JC파트너스가 금융위를 상대로 제기한 MG손보 부실금융기관 지정 처분 효력 정지 가처분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번 처분으로 JC파트너스에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할) 긴급한 필요성도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JC파트너스는 금융위가 지난달 13일 정례회의에서 MG손보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자 이에 불복해 곧바로 집행 정지를 신청하고 결정 취소를 청구하는 행정 소송을 냈다.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금융회사가 대주주의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이유로 행정 처분이 무력화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1년 저축은행 사태 당시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됐던 옛 도민저축은행(현 대신저축은행)에 대해 법원에서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이 인용된 사례는 있지만 단순 절차상 하자(소명 기회 미부여)를 문제삼은 것이어서 금융위는 두달만에 이를 치유한 뒤 재지정했다.

금융위는 “법원 판단을 존중한다”면서도 조만간 서울고법에 항고할 계획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부실금융기관 지정으로 경영권이 박탈되는 만큼 대주주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이를 근거로 적기시정조치가 무력화되면 앞으로 금융기관 부실로 선량한 예금자나 계약자가 손실을 볼 위험에 처하더라도 당국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으라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이 이례적으로 이 같은 판결을 내린 것은 그동안 금융당국과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온 JC파트너스의 반박 논리를 일정 부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JC파트너스는 “금융위는 MG손보 실사 결과 부채가 자산을 1139억원 초과한다는 점을 (부실금융기관 지정의) 핵심 이유로 제시했지만 이는 만기보유증권(채권)을 모두 매도가능증권으로 시가 평가해 얻어진 결과”라고 주장했다. 언제든지 팔 수 있는 매도가능증권을 시가로 평가하면 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 손실이 장부에 반영된다.

JC파트너스 측은 “물론 현행 규정을 반영한 평가법이긴 하지만 내년부터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이 도입되면 부채 역시 시가평가(부채 축소)가 이뤄짐으로써 순자산이 마이너스(-)로 나오지 않는다”며 “수년간 예고돼 왔고 고작 수개월 뒤 바뀌게 될 중요한 제도 변화를 고려하지 않은 채 현 규정을 과도하게 보수적으로 해석해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한 것은 부당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만약 금융위가 똑같은 잣대로 다른 보험사를 실사하더라도 똑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지난 1분기말 기준으로 국내 5위권 생보사인 NH농협생명도 자본총계가 2조3245억원으로 작년 말(3조9855억원)보다 1조6610억원(41.6%) 급감한 바 있다. 농협생명이 초저금리 시절인 2020년 3분기 34조원어치 보유 채권 전액을 만기보유증권에서 매도가능증권으로 재분류하면서 금리 민감도가 높아진 탓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상승에 따른 자본건전성 악화는 보험사 공통의 문제이긴 하지만 유상증자 등 자본 확충에 나서고 있는 타사와 달리 MG손보는 스스로 제시한 자구안조차 제대로 이행하지 못했다”면서 “기존 관례를 뒤엎은 이번 판결로 향후 금융당국의 부실금융기관 처리 과정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