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시몬스 유튜브 채널 캡처
영상=시몬스 유튜브 채널 캡처
자사 제품이나 브랜드를 가리는 마케팅이 업계에서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제품 선전 및 판매 촉진이 마케팅의 궁극적인 목적인데, 도대체 업체들은 왜 제품과 브랜드를 숨기는 걸까요? 전문가는 특정 상황과 관련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제품과 브랜드를 떠올리게하려는 전략이라고 분석합니다.

제품을 가린 채 마케팅을 진행하는 대표적인 사례는 시몬스입니다. 올해 시몬스가 선보인 광고 영상에는 침대가 전혀 등장하지 않습니다. 공기펌프를 밟는 여성의 발, 검지 위에서 핑핑 돌아가는 공, 나무에서 땅으로 떨어지는 과일 등의 모습만 반복적으로 나올 뿐입니다.

광고영상만 그런 것이 아닙니다. 시몬스가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문을 연 '시몬스 그로서리 스토어'에서도 침대는 볼 수 없었습니다. 이곳 1층에서는 수세미, 포스트잇 등 침구와는 전혀 관련 없는 소품을 판매했습니다. 2층에서는 식료품과 버거를 판매했습니다.
사진=SSG닷컴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SSG닷컴 인스타그램 캡처
자사 사회관계망(SNS) 계정에서 매월 다른 색(色)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SSG닷컴은 지난 3월부터 '컬러 큐레이팅'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SSG닷컴이 추천하는 상품을 이미지로 나열했지만 개편 이후 월별 테마색을 정해 비슷한 색감의 제품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바꿨습니다. 'SSG닷컴'이라는 브랜드 언급은 최소화하기로 했습니다.

브랜드 언급을 줄였더니 팔로워 수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컬러 큐레이팅 방식을 도입한지 한달만에 SNS 팔로워 계정은 30% 증가했습니다. SSG닷컴 관계자는 "브랜드 대신 색에 집중해 소비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고 자연스러운 공감을 끌어내려고 했다"며 "매월 다른 색상의 상품을 제안함으로써 소비자의 일상에 스며드는 효과도 노렸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광고성 이미지가 많은 인스타그램 계정에서 브랜드 언급을 줄임으로써 차별화를 꾀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사진=아모레퍼시픽 제공
소비자 경험 극대화를 위해 무료 전시회를 기획하는 업체도 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라네즈는 지난 3~4월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서 '회복'을 주제로 인터랙티브 전시회를 열었습니다. 라네즈 측은 약 1157㎡ 규모의 공간을 8개 구역으로 나눠 회복과 관련한 메시지를 전달했습니다. 자사가 판매하는 스킨케어 제품이 피부 회복과 관련있다는 점에 착안해 이런 콘셉트로 전시회를 마련한 겁니다. 하지만 입장해서부터 나갈 때까지 라네즈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곳은 전혀 없었습니다.

전문가는 이같은 마케팅에 대해 제품과 브랜드의 기능적·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기보다는 이미지를 전달해 긍정적인 느낌을 이끌어내려는 '후광효과'를 노린 마케팅이라고 분석합니다. 박종민 경희대 미디어학과 교수는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제품이나 브랜드는 단순히 객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를 자사 브랜드·제품과 연관시키는 것이 더 효과적일 때가 있다"며 "특정 색·상황과 자사 브랜드·제품의 이미지를 연관시킴으로써 자연스럽게 소비자들이 브랜드·제품을 떠올리게 하려는 마케팅 기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