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촉발한 새로운 소비 행태를 주도하는 세대는 단연 MZ세대(밀레니얼+Z세대)다. 다른 어느 세대보다 ‘공정성’에 예민한 이들의 성향은 소비 행태에서도 드러난다.

희소성 높은 한정판 제품을 구입할 때 특히 그렇다. 명품 업체들이 VIP를 초청해 비밀스럽게 여는 사전 판촉 행사라던가, 길게 줄을 늘어서 물건을 구입하는 건 이들의 취향이 아니다. MZ세대 사이에서 요즘 확산하는 소비 행태는 응모를 통해 제품 구매 권리를 얻는 ‘래플 소비’다.

MZ세대 "VIP·선착순 구매보다 추첨이 좋아"
유통업체들이 이 같은 소비 패턴을 겨냥해 속속 도입하고 있는 래플 마케팅은 제한된 시간 내에 응모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당첨자에게만 해당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식이다.

과거에는 한정판 제품을 VIP에게만 판매하거나, 주요 매장에서 선착순으로 판매하는 ‘드롭 마케팅’이 대세였다. 드롭이란 신제품을 ‘떨군다’는 의미로 불시에 판매 공지를 올리고 정해진 날짜와 시간에 정해진 매장에서만 제품을 판매하는 기법이다. 드롭 마케팅이 확산하면서 소비자들이 판매처 앞에서 텐트를 치고 밤새워 기다리는 풍경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판매처들이 주로 수도권 매장에만 한정판 제품을 드롭하기 때문에 거주지역에 따른 불평등이 발생하고, 생계 활동 때문에 줄서기에 참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에 따라 줄서기 알바를 고용하는 등의 문제가 생겼다. 온라인에서 선착순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매크로(자동화 프로그램)를 사용할 줄 아는 사람과 인터넷 취약지역에 거주하는 사람 간 격차가 발생하는 등 공정성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래플 마케팅은 패션업계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나이키가 대표적이다. 나이키는 ‘스니커즈’라는 사이트에 한정판 제품을 공개하고 구입 신청을 받는다. 판매자는 약속된 날짜에 당첨 여부를 알려주고 당첨자는 마감일 전에만 결제하면 된다. 무신사가 나이키와 디올의 협업작 ‘에어조던1 디올’을 10만원에 판매하는 래플 마케팅에는 약 35만 명이 몰렸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수입·판매하는 향수 브랜드 바이레도도 지난해 국내 최초로 향수를 래플 방식으로 판매했는데, 500 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2030 사이에선 래플에 참여하는 게 복권을 사는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