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실에 사는 직장인 이종민 씨(31)는 지난 4월 말 정수기 렌털 서비스를 해지했다. 일정을 맞추기 어려워 필터 관리 등 정기 서비스를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가 많아서다. 대신 4개월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필터를 직접 교체하는 정수기 사용 약정을 새로 맺었다. 그는 “정수기 관리 때문에 약속을 잡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어 편한 것 같다”고 말했다.

"더 싸고 편해"…생활가전 '셀프케어' 바람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전문가에 의한 주기적인 관리를 기반 삼아 덩치를 키워온 생활가전 시장에 ‘셀프’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일반인도 직접 관리가 가능할 정도로 기술력이 개선됐고 코로나19 확산으로 대세로 자리 잡은 비대면 문화가 상승 작용을 일으켰다는 분석이다.

자가관리 제품 출시에 적극적인 건 밥솥 업체로 유명한 쿠쿠홈시스다. 2013년 생활가전 시장에 후발주자로 뛰어들면서 원터치 필터 교체, 자동살균 등 손쉽게 관리할 수 있는 기술을 접목한 제품을 앞세워 셀프 바람에 불을 댕겼다는 평가다. 정수기와 공기청정기는 물론 비데까지 일반인이 필터를 교체하고 세척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셀프직수 얼음 정수기’는 2019년 출시 이후 작년까지 매년 평균 241%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 회사 전체 제품 중 자가관리 제품 비중이 43%에 달한다.

교원그룹의 생활가전 브랜드 웰스도 자가관리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정수기와 공기청정기 등 3종이었던 자가관리 모델을 올해 10종으로 대폭 늘렸다.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어 방문 관리가 쉽지 않은 MZ세대(1980~200년대 출생) 등 1~2인 가구의 특성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2019년 자가관리 정수기 ‘콤팩트’를 내놨던 청호나이스도 지난해 신제품 2종을 추가로 선보였다. 콤팩트는 1년여 만에 4만 대 판매를 돌파할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 기간 이 회사 전체 정수기 판매량의 15%에 달하는 규모다. 코웨이도 자가관리형 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