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못타는 택시?…한국에선 에어택시가 날수 없는 이유 [여기는 논설실]
법적 인프라 미비한 데다 수많은 이해관계자 얽혀 ‘산넘어 산’
에어택시로도 불리는 드론택시는 드론과 택시가 결합한 신개념 모빌리티 서비스다. 지상교통 혼잡과 환경문제를 해결하는 항공 대중교통시대의 총아이자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 국가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핵심 기술로 꼽힌다. 드론택시 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각축전을 벌이는 이유다. 국내 최초로 여의도에서 시범비행을 선보인 중국 이항을 비롯해 미국 위스크에어로, 조비 에비에이션 등 여러 기업이 뛰어들어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중 이항은 이미 상용화 준비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유럽, 싱가포르 등도 내년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하드웨어에만 집중…인프라 지원은 전무
우리 정부는 2025년 여의도에서 인천공항까지 20분 안에 갈 수 있는 드론택시를 상용화하겠다고 공언했다.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실물 크기의 개인용 비행체(PAV) 콘셉트 ‘S-A1’를 공개한데 이어 내년 이 기술을 드론에 적용한 드론 택시를 선보일 계획이다. 미국 오버에어와 손잡은 한화시스템도 2024년 기체 개발을 마칠 예정이다. LIG넥스원도 기체 개발에 착수했다. 정부는 서비스 및 기술 안정화 단계를 고려해 2025년~2029년은 기장이 직접 운행하는 드론택시를, 2030년~2034년은 원격조종 드론택시를 단계적으로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의 S-A1은 조종사를 포함해 5명이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미국 우버가 개발하고 있는 ‘우버에어’라는 항공택시 서비스도 자율 비행이 최종 목표지만 비상시엔 조종사가 조종하는 방식이다.하지만 현행 국내 법 체계에선 드론 택시가 날 수 없다. 2019년 4월 제정된 국내 드론법은 드론을 ‘조종자가 탑승하지 아니한 상태로 항해할 수 있는 비행체’로 규정하고 있어서다. 드론택시의 초기·성장단계에선 조종사가 안전 및 보안을 위해 필수적으로 탑승해야 하지만 현행 법 해석 상 드론택시에 조종사는 탈 수 없다. 이 뿐만 아니다. 수직 이착륙을 기반으로 하는 드론택시를 운영하기 위해선 공간이 필요하다. 우선 고층건물 옥상, 주차장, 헬기 이·착륙장과 같은 기존 인프라를 승강장으로 활용하는 게 불가피하다. 현행 건축법은 11층 이상의 고층건축물에 헬리포트(헬리콥터 승강장)를 설치하는 규정을 담고 있지만 드론택시는 수용할 수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는 드론택시 개발을 위한 하드웨어 개발에만 매달리고 있을 뿐 서비스 운영과 항공안전 대책을 위한 법적·제도적 인프라 구축 노력은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해 충돌 속 우버·타다처럼 좌초 가능성
진짜 문제는 따로 있다. 드론택시 서비스는 고층건물에 거주하는 주민, 드론택시 개발과 서비스를 주도하는 사업자, 드론택시 승강장 등을 짓는 건설사, 그리고 신개념 택시 서비스와 경쟁하는 기존 택시 사업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하고 있다. 이 서비스를 놓고 수직 이착륙 승강장과 관련한 사유재산 침해, 머리 위로 다니는 비행체에 대한 지상 주민들의 민원, 기존 택시 등 운송사업자들의 반발 등 다양한 갈등이 표출될 게 불 보듯 뻔하다. 심지어 부동산과 집값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산 넘어 산이 아닐 수 없다.기존 모빌리티 사업을 놓고 이해와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한 끝에 2013년 우버X, 2019년 카풀, 2020년 타다 등 새로운 서비스가 대부분 무산되거나 좌초한 전례를 목격해왔다. 이런 한국에서 과연 드론택시가 무사히 뜰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병연 논설위원 yoob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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