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투자 '규제 사각지대' 논란
당국, 뮤직카우 제재 조건부 보류
"수익 청구권은 증권성 있어"
업계 "옥석가리기 진행될 것"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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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를 하려고 할 때 으레 주식이나 채권, 암호화폐, 금, 달러 등 기존 투자상품을 떠올린다. 하지만 인기를 끌면 저작권 수익을 따박따박 얻을 수 있는 음원,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올라가는 미술품이나 와인 등 매력적인 투자 대상은 이밖에도 많이 있다. 핀테크 업체들은 일반인도 이런 상품들에 쉽게 투자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고, 서비스를 내놔 히트를 쳤다.

뮤직카우가 대표적이었다. 작사가 출신 정현경 대표가 설립한 이 회사는 ‘저작권료 참여 청구권(청구권)’을 나누는 방식으로 일반 투자자가 음원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했다. 뮤직카우가 원저작자로부터 목돈을 주고 저작권료 수익을 받을 수 있는 권리인 청구권을 구매한 후, 이를 쪼개 경매에 붙인다. 청구권을 낙찰받은 소비자는 이를 되팔아 차익을 얻거나, 계속 보유하면서 배당 수익을 얻을 수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는 뮤직카우의 이런 ‘조각투자’ 모델에 환호했다. 먼저 수익률이 괜찮았다. 국내 음원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고 ‘역주행’을 일으키는 노래들도 여럿 나오고 있다. 재미의 요소도 있었다. 본인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팬심’ 차원에서 구매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 자신이 청구권을 갖고 있는 노래를 자주 듣거나 노래방에서 부르면 해당 곡의 가치가 올라가는 ‘선순환’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작년말 뮤직카우가 ‘미인가 영업’ 논란에 휩싸였다. 청구권이 증권과 유사한 형태로 발행·유통되고 있는데도 뮤직카우가 자본시장법상 규제(투자자 보호, 공시, 부정거래 금지 등)를 받지 않고 있다는 민원이 금융당국에 제기됐다. 청구권이란 새로운 형태의 권리를 자본시장법상 증권으로 볼 수 있을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자본시장법 위반 판단이 내려지면 뮤직카우는 문을 닫아야 할 위기에 처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뮤직카우 상품이 ‘투자계약증권’에 해당한다고 결론냈다. 청구권이 ▲투자자와 타인간 공동사업에 금전 등을 투자 ▲주로 타인이 수행한 공동사업의 결과에 따른 손익을 귀속받는 계약상의 권리가 표시 ▲이익을 얻거나 손실을 회피할 목적 등 법령상 투자계약증권 요건에 부합한다고 본 것이다. 다만 투자자 보호장치를 마련하고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것을 대가로 뮤직카우에 대한 제재 조치는 조건부 보류하기로 했다.

문제는 뮤직카우 같은 조각투자 업체들이 각 분야마다 있다는 점이다. 뱅카우(한우), 테사(미술품) 등이 대표 사례다. 일찌감치 혁신금융 서비스 인가를 받고 운영 중인 카사와 펀블 같은 부동산 조각투자 업체들을 제외하고선 대다수 조각업체들의 법적 지위가 모호하다는 평가다. 이 업체들은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합법적인지 법률 검토를 받아봐야 한다.

금융위는 지난달 29일 각 업체들이 참고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이에 따르면 실물자산의 소유권 자체를 분할해 취득하는 방식의 조각투자는 일반적 상거래로 민법이나 상법 적용 대상이다. 반면 자산에서 발생한 수익에 대한 청구권을 지분만큼 가지는 경우는 증권성이 있다고 판단돼 자본시장법 규제 대상이 된다. 금융위는 “투자자들이 정확한 권리 구조를 알지 못하고 막연히 조각투자 대상인 실물자산을 직접 소유하는 것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앞으로 조각투자 업체들은 자사의 상품이 증권에 해당하는지를 먼저 따져봐야 한다. 또 제공하려는 서비스가 금융투자업에 해당하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가령 농장주가 커피농장의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분하는 증권을 발행하고, 사업자가 농장주 대신 증권 투자를 권유한다면 투자중개업 라이선스가 필요하다. 일상적 지시를 받지 않고 사업자가 임의로 운용을 해 결과물을 배분한다면 집합투자업 인가를 받아야 한다.

핀테크 업계에선 향후 조각투자 업체 ‘옥석 가리기’가 진행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증권형 상품을 취급한다고 판단되는 업체들은 자본시장법에 따라 공시나 발행 등과 관련한 여러 규제를 적용받아야 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두터운 보호장치가 마련되는 만큼 더욱 안심하고 투자를 할 수 있다. 업체들도 이 같은 ‘제도화’ 과정을 업계가 전반적으로 신뢰도를 높일 계기로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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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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