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활동이 늘면서 보이스피싱 범죄가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재난지원금, 코로나19 백신 접종과 같은 사회 이슈를 활용한 수법과 메신저 피싱(문자 금융사기) 같은 신종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1682억원으로 전년보다 28.5%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태가 길어지면서 사기 활동 자체가 위축됐다는 평가다.

그러나 가족이나 친지, 지인 등을 사칭해 카카오톡 같은 메신저로 말을 걸어 돈을 보내달라거나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메신저 피싱 피해액은 991억원으로 같은 기간 165.7% 급증했다. 가장 대표적인 수법은 자녀를 사칭해 급하게 돈을 요구하는 것이다. 흔히 ‘누구에게 줄 돈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래야 본인 명의 계좌가 아닌, 제3자 계좌(대포통장)로 돈을 보내 달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 이슈를 활용한 신종 사기도 극성을 부리고 있다. 백신 접종 예약과 방역 증명서 발급 등의 메시지를 담은 문자를 활용해 악성 URL을 누르도록 유도해 원격 조종 앱을 깔고, 돈을 빼가는 수법이 전형적이다. 재난지원금이나 소상공인 정책자금이 필요한 자영업자를 겨냥해 개인정보를 요구하거나, 대출 갈아타기를 명목으로 돈을 송금받는 사기도 적지 않다.

최근 삼성생명·화재·카드·증권 등 삼성그룹의 4개 금융 계열사가 공동 브랜드인 ‘삼성 금융 네트웍스’를 출범하자 이를 사칭한 대출 광고도 급증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최근 삼성금융을 사칭한 대출 광고 전화가 늘고 있다”며 “삼성금융은 절대 대출 광고 전화를 하지 않으며 우리와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불법 중계기를 이용해 외국에서 걸려 오는 ‘070’ 인터넷전화를 휴대폰 번호처럼 ‘010’으로 바꿔 보이스피싱을 하는 신종 전화금융사기도 늘고 있다. 보이스피싱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070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를 아예 받지 않는 사람은 많지만, 010 번호로 걸려 오는 전화는 모르는 번호여도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대부분 범죄자는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확보한 상태로 연락을 시도하기 때문에 통화가 연결되고 나면 범죄자의 말에 속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