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이 4만달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 비트코인은 주식과 달리 실적도 없고, 제대로 된 공시도 없다. 개인투자자들이 적정 가치를 파악할 방법은 없을까.

국내 암호화폐거래소 코빗의 리서치센터가 올초 펴낸 ‘가상자산 밸류에이션에 대한 고찰’ 보고서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을 측정하는 여섯 가지 기법이 존재한다. 이 가운데 가장 관심을 받는 건 ‘2F 모델’이다. 비트코인은 4년마다 비트코인 채굴량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반감기가 온다. 그때마다 공급량이 줄고 희소성이 커지면서 가격이 폭등한다는 이론이다. 보고서는 이 이론에 대해 “희소성이 분명 자산가치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맞지만 투자심리 등 다른 요인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비트코인 공급량 감소는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어서 가격에 선반영됐다고 보는 시각도 적지 않다”고 했다.

‘원가접근법’은 암호화폐가 힘을 받지 못하는 현 장세에 좀 더 적합하다는 평가다. 궁극적으로 모든 가격이 원가 수준에 회귀한다는 애덤 스미스의 생산비용 이론에 따른 것이다. 현재 전기료나 해시레이트 등 원가를 고려한 생산비용은 2만9777달러다. 보고서도 “하락장에서 일종의 하방(floor value)을 찾는 지표로 쓰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MV/RV 모델’ ‘NV/NTV 모델’ ‘스톡 투 플로우(S2F) 모델’ 등이 소개돼 있다. MV/RV 모델은 현 시가×개수로 계산한 시가총액(MV)을 실제 체결된 거래총액(RV·realized value)으로 나누는 방식이다. MV가 RV보다 크면 기존 코인 보유자들은 이익 구간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한다. 이 지표가 과거 폭락 시점인 2014년이나 2018년에 미뤄 비슷한 수준까지 커지면 과열 구간에 접어든 것으로 본다. 지금은 MV와 RV 간 차이가 줄면서 비트코인이 추락하던 2018년 초와 비슷한 수준까지 떨어졌다. MV/RV 모델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고점을 찍은 이후 1년간 평균 85% 하락했다. 현 상황에서 비트코인의 추가 하락 가능성을 시사한다.

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