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횡령' 입장 밝힌 우리은행장 "신뢰 큰 타격…사태수습에 집중"
이원덕 우리은행 행장(사진)이 사내 직원이 벌인 614억원 규모의 횡령 사건에 대해 “신뢰도에 큰 타격을 입었다”며 “사태 수습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횡령 사건 발생 후 이 행장이 직접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취임한 지 한 달 된 이 행장은 2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신뢰 회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우리은행 A차장은 2012년부터 6년간 세 차례에 걸쳐 회사 자금 614억5214만6000원(잠정)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우리은행에 10년 넘게 재직한 A차장은 횡령 당시 거래 기업의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 업무를 담당하는 기업개선부에 근무했다. 횡령금 대부분은 2010년 대우일렉트로닉스 매각에 참여한 이란 가전업체 엔텍합에 우리은행이 돌려줘야 하는 계약보증금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 행장은 “경찰 조사 중이어서 (사건에 대해) 자세하게 말할 수는 없다”면서도 “이번 사례는 매우 특이하다”고 했다. 은행권에선 A차장이 우리은행이 맡았던 계약금 관리 업무를 당시 대우일렉 대주주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넘긴 것처럼 문서를 위조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위조된 문서로 내부 승인을 받은 뒤 계약금을 다른 은행 계좌로 빼돌렸다는 것이다.

계약금 관리 주체가 우리은행에서 캠코로 넘어가면서 관리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A차장이 10년간 수백억원의 거금을 빼돌리면서 우리은행 내부 검사망을 피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일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이 행장은 “임원회의를 열어 (이 사건과) 비슷한 사례가 없는지 철저히 조사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금융감독원의 수시검사와 별개로 대대적인 자체 점검에 나선다는 뜻이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자산 관련 계좌의 적정성을 비롯해 잔액증명서 점검, 미지급 대금 점검 등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A차장에 이어 그의 동생 B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전날 긴급체포했다. 경찰은 A차장이 동생과 공모해 돈을 빼돌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B씨는 우리은행 직원은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A차장은 경찰 조사에서 ‘계좌에서 자금을 모두 인출해 일부는 파생상품에 투자하고 일부는 동생이 하는 사업에 투자했지만 잘되지 않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이날 A차장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B씨 구속영장도 조만간 신청할 예정이다.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횡령 사건 발생 기간에 우리은행 회계감사를 맡았던 안진회계법인에 대한 감리에 들어갔다. 안진은 우리은행에 ‘적정’ 감사 의견을 냈다.

박상용/김보형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