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ESG NOW
발전업계 “노후 석탄화력 30기 조기 퇴출 가능”
새 정부의 탈원전 정책 폐기 방침으로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노후 석탄발전소 30곳을 조기 폐쇄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가 나왔다. 원전 계속 운영으로 전력량에 여유가 생기면서 탄소중립에 한발 더 가까워졌다는 분석이다.

경제계에 따르면 15개 에너지사로 구성된 민간발전협회는 4월 중순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탈석탄 에너지 전환정책’ 건의서를 전달했다. 민간발전협회에는 SK E&S, 포스코에너지, GS파워, SK가스 등 수소 및 액화천연가스(LNG), 석탄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추형욱 SK E&S 사장이 협회장이다.

협회 건의서에 따르면, 새 정부의 원전 계속 운영 방침에 따라 2030년 8.5GW의 원전 설비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 전력설비 예비율도 당초 22%(목표치)에서 31%로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예비율이 22%라는 것은 전력 수요가 100일 때 총전력설비를 122로 유지한다는 뜻이다.

문재인 정부는 2020년 말 수립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라 2019년 40.4%인 석탄발전량 비중을 2030년 29.9%로 낮추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 57곳 중 운영 기한이 20년을 넘은 노후 발전소 30곳을 폐쇄하겠다는 방침이었다. 협회는 탈원전 정책이 폐기되면서 전력량에 여유가 생겨 노후 발전소 퇴출 계획을 당초 계획 대비 앞당길 수 있게 됐다고 분석했다.

협회는 건의문을 통해 문재인 정부가 국제사회에 약속한 2030년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계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회가 새 정부에 건의한 ‘탈석탄’ 대책의 핵심은 노후 석탄발전소는 조기 폐쇄하되, 탄소를 덜 배출하는 운영 기한 10년 미만의 고효율 신규 발전소는 적절히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협회 관계자는 “고효율 설비는 향후 수소혼소발전으로 전환 가능하다”며 “탄소중립과 전력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민간사업자와 협의 없이 강행하는 일방적 발전소 폐쇄는 시장 신뢰성을 훼손하는 조치로, 적절한 보상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다.

원전으로 여유 생긴 전력량

에너지업계와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국내에서 운영 중인 석탄발전소는 총 57곳이다. 강릉안인화력 1·2호기와 삼척화력 1·2호기가 각각 올해와 내년에 가동될 예정이다. 통상 석탄발전소는 발전효율 기준으로 고급·중급·저급 등 세 단계로 구분된다. 운영 기한이 20년 넘은 저효율 설비는 고효율 대비 석탄을 연간 10% 이상 더 소비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국내 저효율 설비는 전체 발전소의 30%에 달한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 말 수립한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전체 발전량 중 석탄 비중은 2019년 40.4%에서 2030년 29.9%로 낮아진다. 당시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 발전량은 25.9%에서 25.0%로 줄어들도록 계획을 짰다.
발전업계 “노후 석탄화력 30기 조기 퇴출 가능”
민간발전협회는 새 정부의 탈원전 폐기 방침에 따라 원전 10기의 수명이 연장되면서 8.5GW의 설비용량이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대통령직인수위가 지난 4월 20일에 발표한 원전 수명연장에 따른 설비용량 증가 효과와 일치한다. 인수위는 탈원전 폐기로 2019년 25.9%인 원전 비중이 2030년 33.8%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는 전력설비 예비율에 여유가 생기면서 30기의 노후 석탄발전소를 당초 계획 대비 조기 폐쇄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분석했다. 특히 석탄을 많이 사용하는 노후 발전소를 조기 폐쇄하면 발전연료비도 대폭 절감되면서 전기요금 부담도 최소화할 수 있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고효율 신규 발전소 적극 활용”

환경단체들은 4월 잇단 시위를 통해 새로 짓고 있는 강릉과 삼척 석탄발전소 건설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인수위에도 윤석열 당선인의 탈석탄 공약을 이행하라고 압박했다. 석탄발전소가 배출하는 대기오염 물질이 급격한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데다 경제성에도 문제가 있다는 것이 환경단체의 주장이다.

5조6000억원이 투입된 강릉안인발전소 1호기는 9월, 2호기는 내년 3월부터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다. 2024년 완공 예정인 삼척발전소는 4조9000억원의 자금이 투입됐다. 지난해 환경단체와 일부 여당 의원의 요구에 따라 8개월간 공사가 중단되는 부침을 겪기도 했다.

협회도 탈석탄을 앞세운 에너지 전환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환경단체의 주장과 달리 신규 발전소는 탄소배출량을 대폭 줄인 ‘초초임계압’ 기술을 적용해 대기오염 배출물질도 현저히 적다는 것이 협회의 설명이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과 비교해도 탄소배출량 차이가 크지 않은 친환경 기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석탄발전 수출에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고 있지만, 이 기술을 사용한 프로젝트는 제한하지 않는 이유다.

특히 초초임계압이 적용된 신규 발전소는 대기오염물질인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을 기존 발전소 대비 각각 85%와 82% 덜 배출한다. 더욱이 신규 발전소는 노후 발전소와 달리 향후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혼소발전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 수소혼소발전은 가스터빈에서 수소와 천연가스를 함께 태워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다만 협회는 에너지 전환을 위해 불가피할 경우 정부의 발전소 폐쇄에 동참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발전소 폐쇄 시 민간사업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협회 관계자는 “탈석탄 명분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자유민주주의 기본 원칙인 시장 신뢰성을 훼손하면 안 된다”며 “에너지 전환도 공정과 상식에 기반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경민 한국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