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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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가 올해 1분기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을 거뒀다. 지난해 3분기부터 세 분기 연속으로 최대 분기 매출을 갈아치우고 있다. 스마트폰과 TV, 가전 실적이 예년에 비해 주춤한 상황에서 반도체가 기둥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도체 천하’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향후 5년간 확보한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물량만 지난해 매출의 8배에 달하는 200조원대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역대 최대 반도체, 200조원 수주

삼성전자는 1분기에 매출 77조7800억원, 영업이익 14조1200억원을 기록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18.95%, 50.50% 증가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1.59%, 영업이익은 1.84% 늘었다.

실적을 견인한 것은 반도체 사업이다. 1분기 반도체 매출은 26조8700억원, 영업이익은 8조45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분기 매출이 26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도 역대 분기를 통틀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에 달했다. 반도체가 책임진 영업이익의 비중은 59.84%였다.
"5만전자 될라"…이재용 부재 삼성전자, 역대급 실적에도 '안갯속'
기존 주력사업인 D램,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뿐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까지 고루 선전했다는 평가다.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는 역대 최대 분기 판매를 기록했다. 1분기가 전통적으로 부품업계 비수기인 데다 우크라이나 사태, 원자재 가격 급등 등의 악재가 겹쳤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성과다.

업계에서는 파운드리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메모리 중심이던 수익 파이프라인이 다채로워졌다는 설명이다. 세계 최초 3나노미터(㎚) 첨단 공정 검증이 끝나는 2분기부터는 수주 규모가 더 확대될 전망이다. 강문수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서 “삼성전자 파운드리 향후 5년치 수주 잔액은 지난해 매출의 8배 규모”라며 “첨단 공정을 기반으로 수주 규모는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지난해 삼성전자 파운드리 매출은 23조~25조원에 달한다.

퀄컴, 엔비디아 등이 대만 TSMC로 파운드리 거래를 옮기는 등 고객 이탈 우려가 잇따르고 있다는 지적에 “시장 우려는 과도하며 주요 고객사와 견고한 파트너십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메모리 사업과 관련해선 “차세대 메모리 표준인 DDR5 등 고부가 반도체 제품의 비중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높이겠다”고 설명했다.

모바일·TV·가전 수익성 주춤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합친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은 1분기 매출 48조700억원, 영업이익 4조5600억원을 기록했다. 2013년 이후 분기 중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렸다. 부문마다 시장 포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프리미엄 제품 비중을 늘리는 데 집중한 결과다.

스마트폰 사업을 맡는 MX(모바일 경험) 부문은 지난 2월 출시한 ‘갤럭시S22’의 덕을 톡톡히 봤다. S펜을 내장한 ‘갤럭시S22울트라’의 인기에 힘입어 전년 동기보다 11% 많은 31조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다만 수익성은 기대에 못 미쳤다. MX 부문과 네트워크 부문의 영업이익은 3조82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57% 감소했다. TV와 생활가전 분야 영업이익도 전년 동기보다 0.31% 줄어든 8000억원에 그쳤다. 원자재와 물류비용 증가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설명이다.

프리미엄 집중…시장 신뢰 회복 관건

삼성전자는 2분기 모든 사업 부문에서 프리미엄 고부가 제품을 전략적으로 확대하는 데 집중할 방침이다. 서병훈 삼성전자 IR팀장(부사장)은 “2분기도 거시 경제 불확실성과 물류 이슈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메모리는 고부가가치 제품을, DX 부문은 스마트폰과 TV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진만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은 “시장, 고객 요구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며 “앞으로도 삼성전자에 대한 믿음을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0.31% 하락한 6만4800원에 장을 마쳤다. 전날 6만4900원에 이어 이틀째 52주 신저가 행진을 이어갔다.

이달 들어 외국인 투자자의 삼성전자 순매도 규모는 3조2803억원에 달한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불투명한 시장 전망, 이재용 부회장 법적 리스크, 원·달러 환율 급등 등이 주가에 악영향을 미쳤다”며 “시장 신뢰를 회복할 만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