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상승으로 위기에 직면한 국내 보험사는 비단 NH농협생명만이 아니다. 이에 금융당국도 건전성 위기가 보험업계의 공통 문제인 만큼 관련 대책을 서둘러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27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금융감독원이 권고하는 지급여력(RBC) 비율 기준선(150%)을 밑도는 보험사가 농협생명 이외에도 두세 곳 더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에 RBC 비율을 150% 이상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보험업법에 따라 적기시정조치 등 금융당국의 관리를 받지 않으려면 100% 선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명보험사 중에선 DB생명(157.7%) 흥국생명(163.2%) KDB생명(168.9%) 한화생명(184.6%) 등이, 손해보험사 가운데서는 흥국화재(155.4%) AXA손해보험(169.7%) 한화손해보험(176.9%) KB손해보험(179.4%) 등이 금감원 권고치에 근접했다. 1분기 실적을 공개한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의 RBC 비율은 전 분기 대비 적게는 17.1%포인트(KB손해보험)에서 많게는 61.7%포인트(푸르덴셜생명)까지 떨어졌다.

금감원이 지난 22일 보험사 최고경영자(CEO) 20명을 모아 긴급 간담회를 연 것도 이런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차원이다. 회의에서 CEO들은 “30년 만의 금리 상승 행진에 대해 당국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찬우 금감원 수석부원장은 “내년 신지급여력제도(K-ICS) 시행을 앞두고 과도기적 단계에서 보험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금융위원회와 협의해 대책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현행 RBC제도로 인해 건전성 위기가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K-ICS 조기 도입 등을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K-ICS가 도입되면 보험 부채도 원가가 아니라 시가로 평가되기 때문에 금리 상승기엔 부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K-ICS가 도입되면 자산 부채가 모두 시가로 평가되기 때문에 보험사 자본의 금리 민감도가 크게 낮아진다”며 “지금의 보험사 건전성 위기가 내년이면 사라질 RBC제도에 따른 것인 만큼 적기시정조치를 유예하는 등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