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층이 바닥이냐"…'40만원→15만원' 주가 폭락에 부글부글 [김익환의 컴퍼니워치]
"도대체 몇 층이 바닥이냐. 회사는 주가가 이렇게 떨어졌는데 대책도 없나. 주주만 고생하고 있다."

대한유화 종목 토론방이 모처럼 들끓었다. 올해 1분기에 영업손실을 내면서 주가가 큰 폭 떨어지자 주주들의 불만이 빗발쳤다. 최근 1년새 이 회사 주가는 3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데 이어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이 회사 연간 영업손익마저도 적자로 전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대한유화는 지난 27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전날보다 7500원(4.89%) 내린 14만6000원에 마감했다. 이 회사 주가는 작년 2월 19일 장중 40만5500원까지 치솟았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14만원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 26일에 발표한 실적이 기대를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 1분기 영업손실 22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올해 1분기 영업익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149억원)를 크게 밑도는 '실적 충격'이다.

유안타증권은 대한유화가 올해 영업손실 437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증권사 황규원 연구원은 "오는 9~11월 대한유화의 대규모 정기보수가 예정된 만큼 적자가 불가피하다"며 대한유화 목표주가를 22만원에서 20만원으로 하향조정했다.

이 회사는 2020년과 2021년 영업이익으로 각각 1702억원, 1794억원을 기록하는 등 안정적 실적을 거뒀다. 코로나19 충격이 옅어지면서 화학제품 수요가 폭증하면서 영업이익이 불었다.

하지만 작년 말부터 상황은 급반전했다. 이 회사 실적을 갉아먹은 것은 석유화학 제품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치솟은 결과다. 올 1분기 나프타 국제가격은 t당 877.96달러를 기록해 2014년 3분기 915.68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0년 4월 t당 100달러대까지 폭락했던 나프타 가격은 지난해 말 7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유가가 뜀박질하면서 나프타 가격도 오름세를 보인 것이다.

대한유화 등은 석유화학 업체들은 나프타를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벤젠 등을 생산한다. 이들 제품을 바탕으로 재차 합성수지와 합성고무, 합성섬유, 염료 등 화학 제품을 만든다. 나프타 가격이 치솟지만 화학제품 가격은 지지부진하다. 중국이 주요 도시의 봉쇄 조치를 추진하면서 수요가 쪼그라든 영향이다. 그만큼 화학제품 판매에 따른 수익률이 하락했다.

작년에 '슈퍼 사이클'을 누린 다른 화학업체들도 올해는 부진한 실적을 기록할 전망이다. LG화학의 경우 올 1분기 석유화학 부문 영업이익으로 6346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9838억 원)보다 영업이익이 35.5%가량 줄었다.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부문도 올 1분기에 원재료인 나프타 가격이 치솟으면서 656억원 영업손실을 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