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직 썰렁한 명동거리 > 26일 서울 최대 상권 중 하나인 명동거리에 건물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 상권의 공실률(중대형 기준)은 50.1%에 달했다.  김범준 기자
< 아직 썰렁한 명동거리 > 26일 서울 최대 상권 중 하나인 명동거리에 건물 임차인을 구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명동 상권의 공실률(중대형 기준)은 50.1%에 달했다. 김범준 기자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0%대를 기록하면서 한국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내수와 투자 모두 부진한 상황에서 수출만 가까스로 경제를 떠받치는 ‘불안한 성장’을 보이면서다. 한국은행과 정부에서 “예상보다 선방했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대내외 상황과 수치를 따져보면 낙관할 수 없다는 게 경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크라·中봉쇄' 반영도 안됐는데…내수 꺾이고 설비투자 3년來 최저

수출 늘긴 했지만…

한은이 26일 발표한 올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속보치)은 전분기 대비 0.7%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3.1% 성장한 수치다. 황상필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단순 숫자상으로 보면 올해 1분기에는 상반기 전망치인 2.8%보다 잘 나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전분기 대비 0.5%를 밑돌 것으로 봤는데 예상보다 높아 놀랐다”고 했다.

한국 경제가 성장세를 이어간 건 수출 덕이 컸다. 반도체, 화학제품 등을 중심으로 수출이 4.1% 증가했기 때문이다. 순수출(수출-수입)은 경제성장률을 1.4%포인트 높이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이런 수출 호황은 수출 회복이 아니라 단가 상승에 더 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예컨대 지난 2월 수출액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0.6% 늘었지만, 수출량은 3.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대도시 봉쇄 등 대외적 악재는 1분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은 상황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순수출을 빼면 성장률은 마이너스”라며 “세계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서 2분기에는 순수출이 더욱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승석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작년 1분기는 마이너스 성장이었다”며 “기저 효과로 인해 전년 동기 대비 3%를 넘긴 것이기 때문에 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소비 회복 기대하지만…

올해 1분기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은 내수와 투자 역시 회복이 불투명하다. 올 1분기 민간 소비는 전 분기보다 0.5% 감소하면서 경제성장률을 0.2%포인트 갉아먹었다. 일각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수요가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황 국장은 “방역 조치 완화 영향으로 회복 흐름을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이달 들어 음식·숙박, 오락, 운수 등 대면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소비가 늘고 있고, 온라인 소비도 양호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물가 급등과 향후 금리 인상에 따라 소비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다는 전망도 적지 않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성장 둔화보다 물가가 더 걱정”이라며 금리 인상을 기정사실화했다. 이 부연구위원은 “4월 금리 인상에 따라 가계의 이자 부담이 50조원에서 56조원으로 확대됐다”며 “이는 민간 소비 회복에 제약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설비투자(-4.0%)와 건설투자(-2.4%) 역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원자재값 상승 등이 이어지면서 향후에도 크게 늘기는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연 3% 경제성장률은 물건너갔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슬로플레이션(저성장 속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지난해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경제성장률은 높은 수치가 아니다”며 “물가 상승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경기 침체는 진행 중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황정환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