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왼쪽)가 2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7차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왼쪽)가 25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와 서울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열린 제7차 전체회의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인수위사진기자단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에서 시급히 개정해야 하는 법안으로 부동산 세제를 꼽았다. 문재인 정부에서 부담이 크게 늘어난 종합부동산세를 비롯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 정부에서 대폭 축소된 민간임대 등록사업자에 대한 혜택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보유세 과세 때 2020년 공시가 적용

추 후보자는 25일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서면질의 답변서를 통해 “종부세는 과세표준 산정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2020년 또는 2021년 수준으로 환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앞서 정부가 발표한 보유세 경감 방안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정부는 지난 3월 보유세 과표 적용 시 2021년 공시가를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 조치를 통해 내년 약 1조원의 보유세가 경감되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추 후보자는 종부세율과 공정시장가액비율, 세 부담 상한 등도 모두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주택자의 종부세율은 “문 정부 출범 이전 수준으로 인하하겠다”고 말했다. 문 정부 출범 후 0.6~3.0%로 오른 종부세율을 출범 전 수준인 0.5~2.0%로 낮추겠다는 것이다.

급격히 상향되고 있는 공정시장가액비율도 조정하는 방안을 언급했다. 종부세는 공시가격에서 공제액을 제한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산출한다. 추 후보자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지난해 95%에서 올해 100%로 상향될 예정이어서 종부세 납세자의 과도한 세 부담을 야기한다”며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같은 보유세 경감 방안을 “세 부담 적정성과 부동산시장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을 손보겠다는 의견도 재확인했다. 추 후보자는 양도세 중과제도에 대한 질의에 “현행 다주택자 중과제도는 과도한 세 부담 적정화, 부동산시장 안정 등의 차원에서 정상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양도세 중과 한시 유예는 “새 정부 출범일인 5월 10일부터 1년간 적용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취득세 완화도 시사했다. 추 후보자는 “과도한 취득세 중과는 부동산 거래 진입장벽을 높임으로써 거래 위축 및 시장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며 “시장 관리 목적보다는 형평성·중립성 등 조세원칙과 납세자 담세력에 기반해 합리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임대사업자 세제 혜택 확대

문 정부에서 혜택이 대폭 축소된 민간임대 등록사업자에 대해선 “임차인 주거 안정에 기여한다”며 혜택 확대를 시사했다. 민간임대사업자가 신규·갱신 계약과 무관하게 임대료 증액을 제한받고 임대의무기간 준수, 임차보증금 보증보험 의무가입 등 포괄적 의무를 이행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추 후보자는 “임차인이 안심하고 지속 거주할 수 있도록 민간임대 등록사업자에 대한 세제·금융 지원을 지속·확대할 필요가 있다”며 “민간임대주택 수요 등을 감안해 우선 (지원) 과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확대를 위해선 재건축과 재개발 규제 완화를 언급했다. 추 후보자는 “도심에서는 대규모 택지 개발 등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는 재건축·재개발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분양가 상한제 등은 더 유연한 적용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임대차 3법(계약갱신청구권, 전·월세상한제, 전·월세신고제)과 관련해서는 “시장 왜곡을 유발할 수 있다”면서도 “급격한 제도 변화를 모색할 경우 또 다른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며 속도 조절을 시사했다.

재정준칙·고용유연화 필요

추 후보자는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한 재정준칙 마련,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서비스산업발전 기본법’ 제정도 꼭 필요한 과제로 꼽았다. 문 정부의 정책에 대해선 공과가 있다고 봤다. 소득주도성장에 대해선 “성장 정책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추 후보자는 “소득 증대는 성장의 원인이 아니라 결과”라며 “소득주도성장의 기본 프레임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히려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의 급속한 추진으로 취약 근로자의 고용 기회가 상실되고 재정건전성이 악화하는 등 악영향이 컸다고 분석했다.

문 정부가 노동시장의 안정성을 높인 점은 잘한 일로 평가했다. 추 후보자는 “고용보험 확충, 국민취업지원제도 도입 등을 통해 고용안전망이 강화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했다.

강진규/황정환/정의진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