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손해보험을 비롯한 국내 손해보험사 8곳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임대주택 보험 입찰에서 담합한 사실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공정위는 KB손해보험, 삼성화재해상보험, MG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흥국화재해상보험,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 보험대리점인 공기업인스컨설팅 등 8곳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총 17억6400만원을 부과한다고 24일 밝혔다. 담합을 주도한 KB손보 및 공기업인스컨설팅과 두 회사 임직원 3명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다.

LH는 매년 약 100만 가구의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자연재해 등 각종 안전사고로 발생할 수 있는 손해를 종합적으로 보상하는 재산종합 보험을 든다. 이를 위해 매년 보험사들을 상대로 입찰을 진행한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KB손보 등 7곳은 2018년 LH가 발주한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입찰에서 들러리를 세우고 고의로 입찰에 불참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KB손보와 공기업인스는 삼성화재를 들러리로 섭외했다. 유력한 경쟁사인 한화손보 및 흥국화재에는 입찰에 불참하도록 했다.

그 대가로 삼성화재와 한화손보에는 낙찰예정자인 KB공동수급체(KB손보, 롯데손보, DB손보, 현대해상, MG손보, 메리츠보험 등 6개사로 구성)의 지분 일부를 재보험사를 거쳐 재재보험으로 인수하도록 했다. 보험가액이 큰 경우 원수(元受) 보험사는 재보험에, 재보험사는 재재보험에 가입하는 방법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점을 이용한 것이다.

흥국화재에는 그해 진행된 LH의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입찰에서 공동수급체에 참여하도록 했다. MG손보와 DB손보는 삼성화재가 들러리로 입찰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고 공동수급체에 참여했다. 공기업인스는 공동수급체 모집인 역할을 하고 참여사로부터 수수료로 약 14억원을 받았다.

결국 입찰에선 153억9000만원을 써낸 공동수급체가 낙찰받았다. 낙찰금액은 전년도 대비 약 4.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설계가 대비 입찰률은 2017년 49.9%에서 2018년 93.0%로 급등했다.

같은 해 진행된 LH의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입찰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담합이 이뤄졌다. KB손해보험과 공기업인스는 한화손보 및 메리츠보험을 입찰에 불참하도록 하고 그 대가로 KB공동수급체(KB손보, 흥국화재, 농협손보, 하나손보, MG손보 등 5개사로 구성) 지분 일부를 배정해주기로 했다. MG손보는 이 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공동수급체에 참여했다. 결국 공동수급체는 전년 대비 약 2.5배 높은 22억3000만원에 낙찰받았고, 설계가 대비 입찰률은 2017년 57.6%에서 2018년 93.7%로 뛰었다.

MG손보는 공동수급체에 참여하지 않은 한화손보, 메리츠화재, 삼성화재 등 3개사에 공동수급체 지분을 배정하기 위한 근거를 만들기 위해 LH의 청약서 및 보험증권도 위조한 사실이 적발됐다. 2017년 LH의 임대주택 등 재산종합보험 및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낙찰자였던 KB손보는 그해 11월 포항 지진으로 거액의 보험금을 지급하면서 약 100억원의 손해가 생기자 2018년 입찰에서 낙찰받기 위해 공기업인스와 담합을 모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장혜림 입찰담합조사과장은 “공정위가 조치한 후에는 손보사들이 더는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입찰에 참여하고 있다”며 “국민 생활과 밀접한 담합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조처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