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포에 세계 최대 세탁소 차리는 스타트업…"하루 20만벌 물빨래 가능"
“지금 사무실에 있는 40여 명의 직원이 점심 마치고 곧바로 현장(공장) 지원 나가겠습니다. 강서 27명, 성수 15명 갑니다.”

모바일 세탁 대행 서비스 ‘런드리고’를 운영하는 의식주컴퍼니의 조성우 대표가 지난 14일 사내 업무용 메신저 슬랙을 통해 공장 직원들에게 보낸 메시지다. 쏟아지는 세탁 물량을 감당할 수 없자 사무직 직원들까지 총출동한 것이다. 조 대표는 “최근 물량 폭주에 주문을 제한하고 있다”며 “배송 지연 등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말했다.
군포에 세계 최대 세탁소 차리는 스타트업…"하루 20만벌 물빨래 가능"

○하루 3만 벌…급증하는 세탁 대행

모바일 세탁 대행 서비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드라이클리닝이나 물빨래 등을 신청하면 당일 집앞에서 수거한 뒤 하루 만에 가져다주는 서비스다. 비용은 와이셔츠 10벌 기준으로 배송비(3500원)를 포함해 2만1500원 정도다.

업계 1, 2위를 다투는 세탁특공대(워시스왓)와 런드리고(의식주컴퍼니)는 최근 하루에 2500~3000가구 정도의 물량을 받고 있다. 가구당 평균 10벌가량 주문하는 점을 감안하면 이 두 업체가 각각 하루 3만 벌을 세탁하는 셈이다. 이들 업체는 설비를 풀가동하고 있지만 몰리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주문을 조기 마감하거나 수거일을 늦추는 방법으로 대응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서비스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봄맞이 성수기 세탁 수요까지 겹쳐 나타난 현상이다. 여기에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야외 활동과 출근이 늘어난 점도 세탁 수요가 폭증한 배경으로 꼽힌다.

작년 초와 비교하면 매출과 이용자 수가 모두 3배 이상 증가했다는 게 세탁 스타트업계 설명이다. 세탁특공대와 런드리고는 지난해 매출 150억원 안팎을 올렸다. 올해는 450억원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불붙은 스타트업 세탁 전쟁

세탁 스타트업들은 공격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런드리고는 다음달 경기 군포에서 축구장 2개 크기(1만1900㎡)의 제3공장을 연다. 조 대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일반 소비자 대상 스마트 세탁 공장”이라며 “하루 8000가구 정도 물량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드라이클리닝 기준으로 최대 6만~7만 벌, 물빨래는 최대 15만L가량(셔츠 기준 20만 벌) 할 수 있는 규모다. 군포 공장 설립에 들어간 1차 투자액은 300억원가량이며 설비 확충에 추가로 100억원을 쓸 예정이다.

세탁특공대 역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경기 양주에 100억원을 들여 제2공장을 열었다. 세탁특공대를 운영하는 워시스왓의 예상욱 공동대표는 “양주 공장은 하루 3만 벌가량의 의류를 처리할 수 있다”며 “인공지능(AI) 기술이 업계 최초로 적용된 세탁공장”이라고 설명했다. 세탁특공대는 올해 안에 제3공장 설립도 추진한다.

세탁 스타트업들이 이처럼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배경에는 벤처캐피털(VC)들의 풍부한 ‘실탄’ 지원이 있다. 런드리고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알토스벤처스, 디에스자산운용, 삼성벤처투자,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735억원의 누적 투자를 유치했다. 최근 7000억원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추가 투자 유치도 추진 중이다. 런드리고는 공장 증설과 함께 사업 확장을 위한 인수합병(M&A)에도 적극적이다. 지난해 미국 세탁공장업체 에이플러스머시너리를 인수한 데 이어 올초에는 아워홈이 운영하는 세탁공장 사업 크린누리를 사들였다. 최근에는 무인 세탁소 업체 펭귄하우스를 인수하기도 했다.

세탁특공대는 우리은행, KB증권 등에서 누적 295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이달 초 아마존 출신인 조휘열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영입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세탁 후 보관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선보였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