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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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테크'에 관심이 많은 박모(31)씨는 지난달 전자지갑 앱 시럽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하고 스타벅스 커피 쿠폰을 받았다. 시럽의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자산을 연결하고 보험 상담을 받으면 단계마다 스타벅스 커피 쿠폰 두 장을 주는 이벤트였다.

커피 쿠폰은 받고 싶지만 개인정보를 계속 연결해두기엔 찝찝했던 박씨는 쿠폰을 받자마자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바로 탈퇴했다. 박씨는 이런 식으로 카드사 증권 은행 캐피탈 등 여러 금융사의 마이데이터 서비스에 가입해 커피 쿠폰이나 포인트만 받고 탈퇴하기를 반복했다.

마이데이터 가입자 2200만명...관심도 높아

'내 손 안의 금융 비서'로 기대를 모아온 마이데이터(본인신용정보관리업)가 전면 시행된 지 100일이 지났다. 지난해 12월 시범 기간을 거쳐 올해 1월 정식 도입된 마이데이터는 현재 본허가를 받은 업체만 56곳, 시장에 출시된 서비스는 45개에 이른다.

마이데이터는 개인이 원하면 여러 곳에 흩어진 금융 정보를 본인이 원하는 곳에 한데 모아 관리할 수 있게 도와주는 서비스다. 은행 계좌 잔액, 카드 결제 내역은 물론 대출 금리, 보험 보장 내역, 쇼핑몰 주문 내역, 선불충전금 잔액 등 소비자의 금융생활에 중요한 대부분의 정보가 대상이다. 마이데이터 사업자는 소비자 동의를 받아 이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각종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준다.

이제까지 출시된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총 가입자 수는 2256만명(중복 포함·지난달 14일 기준). 국내 금융소비자의 절반 가까이가 마이데이터에 가입한 셈이다. 마이데이터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도 높은 편이다. 올 2월 대통령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가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마이데이터를 알고 있다'(74.3%)는 응답자가 4명 중 3명이었다.

놀랄 만한 차별화 포인트는 미미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깜짝 놀랄 만한 서비스는 아직 좀처럼 찾아보기 어렵다. 현재 나와 있는 서비스는 대부분 자산 통합 조회 및 기초적인 자산 관리, 또래와의 자산 비교나 소비 관리 정도를 중심으로 대동소이하다. 마이데이터 제도화 이전에도 자산관리를 표방한 핀테크나 오픈뱅킹 등을 통해 이미 비슷한 서비스를 경험해본 소비자들은 차별화 포인트를 느끼기 어렵다.

한 핀테크 관계자는 "마이데이터 도입으로 벌어진 가장 큰 변화는 '사업자가 데이터를 수집해오는 방식'이기 때문에 소비자 입장에서 당장 체감하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초기 안정화 단계를 거쳐 향후 어떻게 서비스를 차별화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이 많다"고 했다.

이전에는 금융사나 핀테크 업체가 다른 금융사에 있는 소비자의 정보를 긁어오는(스크래핑) 방식으로 데이터를 수집했지만, 마이데이터가 정식 시행되면서 이 방식은 금지됐다. 이제는 허가를 받은 사업자만 개인의 동의를 받아 표준 API(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망을 통해 정보를 가져올 수 있다. 정보 수집 방법이 보다 안전해지고 정식으로 모을 수 있는 데이터의 범위도 대폭 넓어졌지만,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는 아니다.

"커피쿠폰 줄테니 가입하세요"..."내 정보값이 커피 한잔이냐"

이런 상황에서 마이데이터 사업자 사이에선 조금이라도 더 많은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경품을 내걸거나 직원들에게 '지인 동원령'을 내리는 구태도 심심찮게 벌어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호도가 높은 스타벅스 커피 쿠폰은 단골 경품이다.

한 핀테크 관계자는 "초기 마이데이터 서비스의 수혜자는 소비자가 아닌 스타벅스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지경"이라고 했다. 마이데이터 가입을 고민하다가 결국 하지 않았다는 직장인 김모(34)씨는 "원래도 개인정보 관리에 민감한 편이었는데, 이런 이벤트를 보면 '내 개인정보의 값이 커피 한 잔 값밖에 안 되나'는 기분이 들어 거부감만 더 커졌다"며 "정말 써보고 싶은 서비스가 나오면 그때 가입하려 한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준비 기간에는 예상치 못했던 각종 규제로 이제까지 없던 서비스를 내놓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한다. 금융사와 빅테크가 판매 또는 추천할 수 있는 금융상품의 범위를 엄격하게 제한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이후 마이데이터 사업자들은 소비자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를 사실상 포기한 상태다. 환불내역이나 계약자·명의자가 다른 보험 정보 같은 일부 금융 데이터는 물론 의료·쇼핑 등 비금융 데이터는 수집할 수 없는 점도 한계다.

대면으로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도록 한 규정도 금융사에게는 난감한 족쇄다. 정환수 KDB미래전략연구소 연구원은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마케팅보다 혁신적인 컨텐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관련 환경 조성을 위한 정책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