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칼럼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사진=김기남 기자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사진=김기남 기자
후배의 권유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독학한 지 벌써 3년이 훌쩍 넘었다. 경제학을 40년 이상 공부한 경제학자의 눈에 비친 ESG는 허술한 개념이었다. 스스로 이런저런 의문을 던지고 답을 찾으면서 최근 깨달은 사실은, ESG 구조는 놀랄 만큼 정교하고 오묘하다는 것이다.

‘ESG 투자’는 UN 사무총장을 지낸 코피 아난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 고안한 수단이다. 그가 ESG 투자를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들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한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촌을 지속 가능하게 하려면 기업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관투자자들이 기업 환경, 사회적 요인, 지배구조 같은 같은 비재무적 요인을 고려해 투자한다면 기업이 스스로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동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ESG 구조가 정교한 이유는 크게 2가지다. 첫째로, ESG 구조는 외부효과(externality)를 내부화하는 데 매우 유효하게 고안되었다. 외부효과는 한 사람의 행동이 의도치 않게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나 그 영향에 대해 어떠한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은 때를 의미한다.

이때 정부가 개입하지 않고 시장에만 맡겨두면 자원의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진다. 경제학에서는 외부효과가 존재할 때 정부의 시장 개입이 정당화된다고 보고 있으며, 세금(피구세)을 부과하거나 당사자 간 자발적 협상이 이루어지도록 소유권 설정 같은 역할(코즈 이론, 외부효과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정부가 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이 ESG 투자는 대형 기관투자자가 기업의 ESG 점수를 평가하고 이에 기초해 투자하는 것이다. 따라서 기업은 이들로부터 투자를 받거나 시장에서 주가를 높이기 위해 환경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의 영역으로 생각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ESG 투자는 기업의 외부효과를 시장에서 스스로 규율하도록 만드는 배경이 된다.

둘째, ESG 구조는 구조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중 중대성(dual materiality)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중 중대성은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할 때 요구되는 일종의 원칙 같은 것이다. 이중 중대성은 기업이 환경이나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역으로 환경이나 사회적 위험이 기업의 재무에 미치는 영향을 모두 중요하게 판단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업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작성할 때는 이중 중대성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한편 현실적 부분을 고려하면 기관투자자들은 투자 시 수탁자 의무(fiduciary duty)를 준수해야 하므로 환경·사회적 위험에 기업의 재무구조가 얼마나 취약한지를 주로 평가하고 이에 기초해 투자를 결정한다. 이렇게 되면 온실가스는 많이 배출하나 기후변화로 발생하는 환경적 위험이 적은 기업이 반대 구조의 기업에 비해 투자를 보다 많이 받거나 자본시장에서 가치를 높게 평가받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ESG 구조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여러 측면에서 보완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이행 위험(transition risk)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각국은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을 위해 새로운 규제를 만들고 기존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기업의 사업 모델과 ESG 경영의 위험 노출도를 측정하는 것을 이행 위험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통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기업은 이행 위험에 대한 노출도가 높기 때문에 좋은 ESG 점수를 받는 것이 어려워진다.

‘ESG 투자’나 ‘ESG 경영’이 범지구적으로 자리매김하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 정보 공시의 통일된 기준 마련, 평가기관마다 상이한 ESG 평가 결과 등 해결해야 할 난제가 여전히 많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ESG 구조의 정교함과 오묘함은 지속 가능한 세상을 만드는 데 매력적이면서 효과적인 수단이 될 것임을 확신한다.

김홍균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