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 대해 다른 기관투자가 10곳 중 8곳은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경제신문이 올해 국민연금이 반대한 14개 유가증권시장 상장회사 정기주주총회 안건 31건을 조사한 결과, 의결권 행사자 기준 평균 75.1%의 주주가 같은 안건에 찬성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반대 의결권 행사 주주는 국민연금을 포함해 평균 23.4%였다. 나머지 1.5%는 중립 의견을 나타냈다.

기관투자가의 찬성 비율은 전체 주주의 평균보다 더 높았다. 기관의 79.6%가 찬성 의견을 냈고, 외국인도 78.0%가 찬성했다. 분석 대상 의결권의 투자자별 구성은 외국인이 56.7%로 가장 높았고 소액주주(28.4%), 기관(7.7%), 국민연금(7.2%) 순이었다.

의결권 자문사의 ‘찬성’ 권고에도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사례도 많았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 가운데 한국지배구조연구소(KCGS)가 반대 의견을 권고한 비율은 35.3%에 불과했다. KCGS는 국민연금이 반대한 나머지 안건 대부분에 찬성을 권고했다. 한국ESG연구소가 권고한 반대 비율도 42.1%에 그쳤다. ISS와 글래스루이스를 포함한 6대 주요 자문사의 반대 의견 권고 비율은 평균 36.3%였다.

시장의 흐름에 맞지 않는 수탁자 책임 활동은 연금의 ‘수익성 제고 목적’으로 보기 어렵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형완 한국상장사협의회 선임연구원은 “수익성을 제고하려면 다른 주주의 동의와 시장의 공감대가 필수적인데, 국민연금이 다른 주주들과 극명하게 다른 판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상장사 의결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시장과 다른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더라도 안건 가결 여부를 바꿔놓을 수 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의 1분기 ‘주식 대량 보유 내역’ 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이 5% 이상 주식을 보유한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총 98개사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반대한 안건에서 함께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 주주(23.4%)를 구체적으로 들여다보면 외국인(13.5%), 국민연금(9.3%), 기관(0.4%), 소액투자자(0.2%) 순이었다. 반대 의결권 전체를 100이라고 봤을 때 국민연금이 39.9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