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무덤' 휠라…尹회장까지 주가 띄우기
스포츠 브랜드 휠라를 보유한 휠라홀딩스의 오너 윤윤수 회장(75·사진)이 지난달 초부터 이 회사 주식을 대거 사들여 증권·패션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휠라홀딩스는 실적 개선 추세 둔화 가능성 등의 이유로 유가증권시장에서 지난해 하반기부터 장기간 조정이 이어졌다. 증권업계는 오랜 기간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경영권 강화와 주가 방어, 두 가지 포석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달 휠라 주식 300억원 매수

1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휠라홀딩스 최대 주주인 피에몬테는 지난달 8일부터 이달 13일까지 장내에서 97만7607주를 취득했다. 액수로는 300억원어치다.

피에몬테의 지분율은 21.66%에서 23.26%로 확대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지분율 증가 폭이 크지는 않지만, 윤 회장이 2020년 7월부터 계속된 주가 하락을 지배력 강화 기회로 삼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휠라홀딩스 주가는 작년 고점(6월 29일 5만9300원) 대비 40.6% 급락했다. 피에몬테는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휠라홀딩스 주가가 하락한 2020년에도 장내에서 300억원어치의 주식을 매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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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주의 펀드 타깃 되나

윤 회장은 개인 회사인 피에몬테(지분율 75.18%)를 통해 휠라홀딩스를 지배하고 있다. 윤 회장→피에몬테→휠라홀딩스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런 체제는 휠라가 2020년 휠라코리아를 물적분할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면서 구축됐다. 윤 회장→휠라홀딩스→휠라코리아로 이어지는 구조에서 윤 회장→피에몬테(옛 휠라홀딩스)→휠라홀딩스(존속법인)→휠라코리아(신설법인)로 바뀌었다. 지배구조 개편 후 휠라홀딩스를 통해 글로벌 인수합병(M&A) 등 투자 관련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하려는 목적이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런 복잡한 구조로 인해 휠라홀딩스가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될 공산이 크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피에몬테의 지분율은 20%대 초반으로 낮은 수준이다. 윤 회장이 주가가 조정받을 때마다 지분을 꾸준히 늘려온 것은 이런 문제를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수년간 국내 증시에서 소액주주의 입김이 세져 주가 부양 필요성이 커진 것도 지분 매입의 배경으로 꼽힌다.

성장 둔화 우려 극복해야

문제는 휠라홀딩스의 성장세 둔화 가능성으로 주가가 좀처럼 반등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휠라코리아는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2020년 영업이익(3411억원)이 전년 대비 27.5% 급감했다가 2021년엔 44.5% 급증한 4929억원에 달했다. 여기에는 골프 장비 손자회사 아쿠쉬네트의 초호황이 큰 영향을 미쳤다. 타이틀리스트 브랜드를 앞세운 아쿠쉬네트는 2016년 휠라에 인수돼 지난해 2913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휠라(2014억원)를 역전해 명실상부한 그룹의 ‘주력’으로 떠오른 것이다.

올해는 실적이 작년 같지 않을 전망이다. 하누리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아쿠쉬네트의 역기저 효과로 인해 휠라홀딩스의 1분기 수익성이 크게 훼손됐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휠라의 브랜드 파워에 대해 시장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것도 불안 요인으로 꼽힌다. 세계에서 유입되는 로열티가 많이 감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휠라홀딩스가 지난 2월 휠라의 브랜드 인지도 제고를 위해 5년간 1조원을 투자하는 5개년 계획을 발표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패션업계 관계자는 “윤근창 휠라코리아 사장이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아직 의심 어린 눈길로 쳐다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