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지난 3월 정점을 찍고 급감하면서 ‘보복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이 끊겨 ‘죽은 거리’ 같던 서울 명동은 3월 셋째주(14~20일) 대비 4월 첫째주(4~10일)의 유동인구 증가율이 21.5%(데이터 전문 스타트업 로플랫 집계)에 이를 정도로 활기를 띠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업종·상품이 일률적으로 호황을 누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주체가 된, 나를 입증하는 소비에 빠져든 ‘신(新)소비인류’의 선택을 받은 대상이 주로 과실을 수확하고 있다. ‘미(Me)코노미(내가 주체가 되는 다양한 경제활동)’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다.

“최근 패션 시장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트렌드 변화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소비 양상을 짐작할 수 있는 실마리”라는 게 유통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 백화점 수도권 A점포의 명품 매출은 이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9%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해 월평균 증가율(30%대)에 비해 크게 꺾인 수치다.

기존 명품과 비교되는 색다른 가치를 담은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상품군의 매출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같은 기간 더현대서울과 현대백화점 경기 판교점에 입점한 신진 디자이너 브랜드 30개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급증했다. ‘차별화되지 않는 명품은 아무리 에(에르메스)·루(루이비통)·샤(샤넬)라고 해도 싫다’는 2030세대의 선택이 만들어낸 결과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지난해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새로운 경제는 미코노미’라는 글을 기고한 서비스 전문가 솁 하이켄은 “미코노미 시대엔 소비자가 원하고 기대하는 것을 제공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