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인 ‘N-ERP’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 임직원들이 새로운 비즈니스 플랫폼인 ‘N-ERP’를 사용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전자는 이달 들어 전 세계 사업장에 차세대 전사자원관리(ERP) 시스템인 ‘N-ERP’ 구축을 완료했다. ERP는 기업의 물적·재무적 자원을 통합 관리해 경영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하고 효율적인 업무처리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시스템 구축은 전 세계적인 공급망 불안 상황에서 온라인 주문 현황과 공급망 현황 등을 실시간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디지털전환(DX)의 대표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AI 적용한 업무 자동화 기술
삼성전자는 미래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2018년 10월 N-ERP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지난해 4월 동남아시아·서남아시아·중국 등을 시작으로 지난 1월 국내 사업장까지 순차적으로 적용했으며 올 1분기 결산까지 구축을 마무리했다.

글로벌 ERP 기업인 SAP, 삼성SDS와 함께 개발한 N-ERP는 새로운 비즈니스 대응을 위해 판매 관리 등 분야별 시스템을 통합하고 프로세스를 효율화했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의사결정 지원과 업무 자동화 기술도 적용해 편의성을 높였다. 삼성전자는 N-ERP를 전 세계 법인에 적용한 뒤 3개월간 운영하고, 분기 결산까지 완료한 결과 실제 업무 처리 속도가 빨라지고 업무 생산성도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시장환경 변화에 따라 새로운 공급 계획을 시뮬레이션할 때 필요한 자재가 수급될 수 있는지 알아보려면 기존에는 1시간 이상 걸렸으나 새 시스템으로는 10분 이내 가능해졌다. 소비자 직접 주문 현황 파악도 기존에는 20분 이상 걸렸으나 3~4분 이내로 단축됐다.

문성우 삼성전자 경영혁신센터 사장은 “N-ERP는 비즈니스 민첩성과 생산성을 강화할 수 있는 차세대 플랫폼”이라며 “삼성전자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는 중추적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메타버스·로봇 등으로 DX 시장도 노려
삼성전자는 지난달 주주총회에서 로봇과 메타버스 사업을 신성장 사업으로 적극적으로 육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혔다. 인공지능(AI), 5세대(5G) 이동통신, 자동차 전자장비 부문 인수합병(M&A)도 추진하기로 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3월 6일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주총에서 “신사업 발굴의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라며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 조직을 강화해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 부회장은 또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지 메타버스를 경험할 수 있게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덧붙였다.

로봇은 삼성전자의 신성장동력 후보군으로 자주 거론되는 분야다. 2020년 말 조직개편에서 로봇사업화 태스크포스(TF)를 신설했다. 지난해 말에는 조직개편을 통해 로봇사업팀으로 격상했다.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1년여의 테스트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에 뛰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부회장은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기술을 축적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메타버스 기기 출시도 머지않았다는 분석이다. 한 부회장은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2’ 전시장에서 한국 기자들과 만나 “메타버스 플랫폼 디바이스가 요즘의 화두로, 잘 준비하고 있으니 기대해 달라”고 말했다.

M&A 계획도 언급했다. 한 부회장은 “사업 영역이나 규모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으며 인공지능, 5G, 전장 등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에서 적극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허 출원으로 DX 가속화
삼성전자는 글로벌 특허 출원으로 DX 가속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유럽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 기업의 유럽 특허출원 건수는 전년(9084건)보다 3.4% 증가한 9394건으로 역대 최고를 경신했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지난해 반도체 분야 특허출원 건수가 전년 대비 36.2%가 늘어난 662건을 기록하며 큰 성장세를 보였다. 그 결과 유럽 전체 특허출원에서 우리나라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7년 12% 수준에서 지난해 18%로 6%포인트 올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유럽에서 전년 대비 57% 더 많은 반도체 특허를 출원하며 반도체 전체 특허 출원 가운데 13% 비중을 차지했다. 2위와 3위인 인텔, TSMC는 3%에 그쳤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