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대한통운과 삼성그룹 금융계열사가 공동으로 부동산펀드를 조성하고 국내 수도권 물류센터 매입에 7400억원을 투자한다.

CJ대한통운과 삼성생명 자회사인 삼성SRA자산운용은 수도권의 핵심 물류거점을 확보하기 위해 7400억원 규모 부동산펀드를 조성했다고 17일 발표했다. 이를 위해 ‘삼성SRA 일반사모부동산투자신탁 제80호’ 약정을 체결해 2500억원 규모의 블라인드펀드를 조성했고, 나머지 4900억원은 금융회사 차입을 통해 조달할 예정이다.

블라인드펀드는 투자 대상의 기본 요건만 정해놓고 자금을 모은 뒤 운용사 재량으로 신속하게 투자하는 펀드다. 보통주 1000억원과 우선주 1500억원 규모로 설정한다. 보통주는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이 합쳐서 500억원을, CJ대한통운이 나머지 500억원을 댄다. 우선주는 공제회 등 다른 기관들이 인수한다.

이번 투자 협력으로 CJ대한통운은 전자상거래 시장의 빠른 성장에 대응해 수도권 지역의 물류거점을 확대할 동력을 확보했다. 보관, 재고 관리, 포장, 배송 등 물류 전 과정을 통합 수행하는 풀필먼트센터를 늘려 수도권 물류망을 더 촘촘히 구축하고 고객 서비스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삼성 금융계열사들은 우수한 신용을 갖춘 CJ대한통운을 임차인으로 둔 부동산에 투자하고 금융상품을 운용할 수 있게 됐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부동산펀드 운용 경험이 많은 삼성SRA자산운용과 제휴해 첨단 기술이 적용된 e커머스 물류 거점을 지속적으로 확보할 것”이라며 “첨단 물류 기술과 시스템을 통해 고객에게 최고 수준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 자금 모집을 담당한 삼성증권 관계자는 “국내 최대 물류 역량을 갖춘 CJ대한통운과의 협력을 통해 급속도로 성장하는 e커머스 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고 효율적인 물류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블라인드펀드는 삼성 금융사가 모두 참여한다는 점에서도 관심을 끈다. 삼성 금융사들은 지난 12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삼성파이낸셜네트웍스’라는 금융계열사 공동 브랜드를 출시했다. 협업을 통해 국내외 투자 부문에서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뜻으로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삼성 금융사들은 회사별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영국 종합부동산투자회사 세빌스의 계열사인 세빌스IM 지분 25%를 인수했다. 삼성자산운용은 최근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 앰플리파이 지분 20%를 취득했다.

이태호 기자 t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