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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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5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우리 경제의 복합 위기 징후가 뚜렷하고 특히 물가가 심상찮다”며 “물가 상승 장기화에 대비해 물가 안정을 포함해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종합적 방안을 잘 세워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 경제1분과는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측과 잇달아 만나 복합 위기 대처 방안을 논의했다. 물가, 금리, 환율이 뛰고 부채 위험이 커지는 상황에서 경기 둔화 우려까지 높아지는 복합 위기 대처가 출범을 앞둔 윤석열 정부의 최대 현안으로 부각된 것이다.

윤 당선인은 이날 서울 통의동 인수위 사무실에서 열린 간사단 회의에 참석해 “국민이 실제 체감하는 생활은 굉장히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며 복합 위기 대처를 지시했다. 실제 소비자물가는 10년 만에 4%대로 올라섰고 원·달러 환율은 1230원을 넘나들고 있다. 국채 금리가 올 들어 1%포인트 넘게 오르며 연 3% 안팎(3년 만기 기준)까지 치솟고 시장금리도 뛰면서 정부, 기업, 가계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은행은 올해 성장률이 기존 전망치인 3%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기획재정부도 이날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을 통해 “우리 경제는 수출·고용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으나 변이 바이러스 확산,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등으로 내수 회복 제약이 우려되고 물가 상승세가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또 “대외적으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영향으로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압력 등으로 글로벌 회복 흐름의 불확실성이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더 어두워진 정부 경기진단…"물가 우려 크다"
尹 "체질개선 위한 종합방안 필요"

기획재정부가 15일 ‘4월 그린북’에서 내놓은 경기 진단은 한 달 전보다 더 어두워졌다. 지난달 그린북에 비해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추가됐고, ‘글로벌 경제 회복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표현은 지난 1월 이후 3개월 연속 그린북에서 빠졌다.

대외 변수와 관련해선 우크라이나 사태, 인플레이션, 중국 도시 봉쇄 조치, 주요국 통화정책 전환 등이 거론됐다. 인플레이션에 대해선 지난달만 해도 ‘우려’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번에는 ‘압력 가중’이라는 한층 더 수위 높은 표현을 동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공개된 지표를 감안하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정부의 우려가 과도하지 않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06.06(2020년=100)으로 전년 동월 대비 4.1% 높아졌다. 2011년 12월(4.2%) 이후 10년3개월 만의 4%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공급망이 불안한 상황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가격까지 급등한 결과다.

한국은행이 전날 사상 초유의 총재 공석 상황에서도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인상한 것도 물가 상승세가 심각하다고 판단한 결과다.

그렇다고 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가뜩이나 올해 경제성장률이 연초 전망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 금리를 더 올리면 경기가 더 하강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전날 당장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리면서도 “올해 성장률이 2% 중·후반대가 될 것”이라며 기존 전망치(3.0%) 하향 조정 방침을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이날 한은과의 비공개 간담회에서 “경기 회복과 물가 안정을 위한 최적의 정책 조합(폴리시 믹스)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며 “더 많은 소통이 있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장 큰 문제가 물가고, 해법도 물가에서 찾아야 한다”며 “물가 상승은 실물 경기를 위축시키고, 실제 시민의 생활고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했다.

도병욱/김인엽/황정환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