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조폐공사 가치소비 사업 현황(2021년 기준)
한국조폐공사 가치소비 사업 현황(2021년 기준)
역사·문화적 가치가 높은 한국조폐공사의 기념 메달에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고 있다.

가격은 다소 비싸더라도 가치 있는 소비를 통해 사회에 기여한다는 자부심을 갖는 MZ세대의 소비성향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조폐공사는 본원적 경쟁력을 가진 압인 사업을 통한 사회적 가치를 향상하기 위해 다양한 기념 메달을 제작·판매하고 있다고 14일 밝혔다.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어 후속 기념 메달을 제작하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색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2년 전부터 ‘천사의 재능 메달 시리즈’를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천사의 재능 메달 사업’은 조폐공사가 서번트 증후군 디자이너의 독특한 작품을 기념 메달로 제작한 것으로 △ 2019년 천사의 재능 십이지 메달 △ 2020년 지갑 속 아트갤러리 △ 2021년 별자리 메달 등 3회의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

서번트 증후군(Savant syndrome)은 자폐증이나 지적장애를 가진 사람이 암산, 기억, 음악, 미술 등 특정 분야에서 천재적인 능력을 발휘하는 현상을 말한다.

천사의 재능 메달은 서번트 증후군 디자이너의 독특한 작품을 최초로 상품화한 것으로 판매금액의 5%를 발달장애인 디자이너 고용 회사인 키뮤에 지급하고 있다.

천사의 재능 메달을 기획했던 박명미 조폐공사 차장은 “서울 디자인 페어에서 발달장애인 작품을 본 것이 계기가 돼 기획했는데, 소비자들 반응이 좋아 후속 시리즈를 키뮤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사의 재능 십이지 메달’은 십이지 띠별 동물을 모던하고 창의적으로 해석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뒷면에는 ‘우리는 언제나 (장애인과) 함께’라는 ‘We always be with You’ 글자를 새겼다.

‘천사의 재능 별자리 메달’은 사수자리, 양자리 등 12가지 별자리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작했다.

뒷면에는 영문으로 ‘We always shine on You’(‘우리는 언제나 당신을 비춥니다’라는 뜻) 글자를 새겼다.

2년 동안 총 누적 판매액은 15억 원이며 총 7700만 원의 로열티를 지급했다.

조폐공사는 판매수익의 일부를 푸르메재단에서 운영하는 발달장애 청년 일자리 조성 사업인 ‘푸르메 소셜팜’에 지원하고 있다.

내가 구입한 기념 메달의 수익금이 조폐공사를 거쳐 발달장애인을 고용한 회사의 고용 창출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가치소비’를 통해 사회적 약자를 지원한다는 소비자들의 자긍심을 고취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조폐공사는 천사의 재능 메달 사업으로 행정안전부의 적극 행정 우수사례, 기획재정부의 혁신 우수 과제, 고용노동부의 일자리 창출 유공 대통령 표창을 각각 받기도 했다.

키뮤는 조폐공사와의 기념 메달 협업 이후 10여 명의 발달장애 디자이너를 채용했다.

조폐공사로부터 받은 판매 로열티가 추가 채용으로 이어진 것이다.

키뮤는 대기업과의 프로젝트를 추가 수주하는 등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해외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재 보호 및 환수를 위한 기금 조성을 위해 문화재를 소재로 한 다양한 기념 메달도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우리 품에 돌아온 문화재 시리즈는 총 6차로 기획됐는데 △ 주미대한제국공사관 △ 경천사지 십 층 석탑 △ 청자 구룡형 주전자를 주제로 한 기념 메달에 이어 올해 4차 앙부일구를 준비 중이다.

이 밖에 한국의 궁중 왕실 문화를 주제로 한 ‘로열 시리즈’도 총 4차 시리즈로 기획했다.

경복궁 기념 메달과 해학반도도에 이어 올해 천상열차분야지도, 일월오봉도 등이 예정돼 있다.

조폐공사는 문화재청 및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후원 약정을 맺고 판매 수익금 일부를 기부하고 있다.

현재까지 총 1억 5000만원을 후원했고, 조폐공사의 후원금으로 미국 데이턴 미술관에 소장된 희귀 금박 병풍인 해학반도도가 보존 처리돼 미국 유출 90년 만인 2020년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최초로 공개되기도 했다.

해학반도도는 지난해 미국 데이턴 미술관으로 돌아가 톱10 안에 드는 대표 소장품으로 선정됐으며, 유력 잡지 아트 뉴스(Art News)에 소개되면서 세계 미술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조폐공사 관계자는 “문화재 보호 기념 메달 제작으로 국민들에게 국외 소재 문화재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면서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증진하고 세계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데 기여했다는 평을 얻었다”고 말했다.

조폐공사는 이 밖에 김수환 추기경 선종 10주년 기념 메달,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 메달, 4·19혁명 60주년 기념 메달, 청산리대첩 승전 100주년 기념 메달 등 뛰어난 업적을 남긴 인물이나 사건을 주제로 기념 메달을 제작해 오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기억하고 추념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고 조폐공사 측은 설명했다.

매 수익금 일부는 관련 기념 사업회에 기부해 재정적으로 열악한 기념 사업회를 측면 지원하고 있다.

반장식 한국조폐공사 사장은 “본원적 압인 사업의 경쟁력을 활용해 국민들의 문화 향유권을 증진하는 등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조폐공사만이 할 수 있는 공익사업”이라며 “많은 국민들이 소장할 수 있도록 가치 있는 다양한 기념 메달을 제작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임호범 기자 lh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