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약 3700억원을 투자해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GV70 전기차를 올 12월부터 생산하기로 했다. 급성장하는 미국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현지 경쟁 브랜드로 꼽히는 일본 완성차보다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이다.

▶본지 2021년 11월 4일자 A1, 3면 참조

현대차는 3억달러(약 3679억원)를 투자해 앨라배마 공장에 전기차 생산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라고 12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GV70 전기차를 12월부터 생산해 내년 초부터 고객에게 인도하기로 했다.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10월부터 생산할 예정이다.

김의성 앨라배마공장 법인장은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생산이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말했다.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5년간 미국에 74억달러(약 8조40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뒤 구체적인 내용은 이번에 처음 밝힌 것이다. 현대차는 앨라배마 공장에서 쏘나타, 아반떼 등 기존 세단 생산을 줄이고, GV70 전기차를 비롯해 다른 전기차 모델을 차례로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은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정부 등과 전기차 전용 공장 신설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증설은 중국, 유럽에 이어 급성장하는 3위 전기차 시장인 미국을 잡기 위한 포석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미국에서 팔리는 신차 중 전기차와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 비중은 지난해 6%에서 2030년 55%, 2040년 80%로 늘어날 전망이다.

현대차는 최근 미국에서 판매량이 늘고 있는 제네시스의 GV70 전기차를 내세워 브랜드 이미지를 한 단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제네시스는 최근 루이지애나를 시작으로 현지 20여 곳에 독립 판매망을 열고 있다. 현대차 대리점에서 공동 판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고급 브랜드로 입지를 다지겠다는 취지다. 수십억원의 투자 비용 때문에 독립 판매망을 반대해온 미국 딜러사들도 제네시스의 성공 가능성을 점치고 있는 것이다. 유지웅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GV70 전기차의 현지 생산은 일본 완성차와의 격차를 벌리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대차의 전기차 현지 생산은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환경 규제와 자국 제품 생산을 강조하는 ‘메이드 인 아메리카’ 기조에 따른 것이기도 하다. 바이든 행정부는 기업평균연비(CAFE)를 충족하지 못한 자동차 제조사에 부과하는 벌금을 기존보다 두 배 늘릴 예정이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제조를 서두르도록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또 미국산 자동차로 인정받을 수 있는 핵심 부품의 현지 생산 비율을 현재 55%에서 2029년 75%로 높일 계획이다.

13일 현대차 주가는 전일 대비 1.69% 상승한 18만1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뉴욕=김일규/김형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