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4월 중 다주택자의 양도세 중과를 완화해달라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요구를 거부하면서 임기 말까지 ‘몽니’를 부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어차피 윤석열 정부가 출범 다음날인 5월 11일부터 양도세 중과를 완화하겠다고 밝힌 상황이기 때문이다. 양도세 완화를 둘러싼 신·구 권력의 갈등으로 부동산시장에선 문재인 정부 임기 마지막 한 달간 ‘거래 절벽’이 나타날 가능성만 커졌다.

문재인 정부 '다주택자 양도세' 끝까지 몽니…'거래 절벽' 한달 더 간다
11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는 노무현 정부 때 처음 도입돼 문재인 정부에서 강화됐다. 현재 2주택자는 기본세율(최고 45%)에 20%포인트를 중과한 65%, 3주택자는 75%의 양도세를 내야 한다. 지방세까지 포함하면 양도세율은 최고 82.5%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양도세 중과 정책이 부동산 거래를 위축시킨다는 지적이 많았다. 다주택자가 양도세 부담 때문에 집을 팔지 않는다는 이유다. 지난 대선 때 여야가 한목소리로 양도세 중과 제도를 손보겠다고 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물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도 양도세 중과를 한시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뒤에도 다주택자의 양도세 부담 완화를 추진하고 있다. 대선 이후 인수위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양도세율 중과 배제는 소득세법 시행령을 개정하면 된다. 국회 동의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다는 의미다.

양도세 중과가 배제되면 2년 이상 보유한 다주택자에게 최고 45%의 기본세율이 적용된다. 최대 수억원 상당의 양도세 부담이 줄어들 수도 있다. 문제는 다주택자로서는 부동산 과세 기준일인 6월 1일 전에 집을 팔아야 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날 보유 현황을 기준으로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가 부과되기 때문이다. 최상목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가 지난달 31일 “현 정부가 4월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 방침을 조속히 발표하고, 발표 다음날 양도분부터 적용되도록 시행령을 개정해달라”고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인수위의 요청을 끝내 거부했다. 기재부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한시 배제는 새 정부 출범 이후 새 정책기조하에 마련될 종합적인 부동산 정책 로드맵에 따라 다른 정책과 함께 추진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현 정부 중에 정책기조를 변경하는 것도 옳지 않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어렵게 안정세를 찾아가던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반적인 규제 완화에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기재부의 결정에 힘을 실었다.

시장에서는 이날 정부의 발표로 한동안 다주택자들이 주택 매도를 보류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다주택자들은 새 정부가 출범한 직후인 다음달 11일부터 종부세 부과 기준일 직전인 31일 내 주택을 매도해야 해 시장에 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현 정부 5년간의 과실을 인정할 수 없어서 몽니를 부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도병욱/이혜인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