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산업정책연구원장 "노사가 머리 맞댈 때 ESG 해법 나오죠"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는 노사 문제를 해결할 과제로 봐서는 안 됩니다. 노사가 함께 ESG를 풀어나간다는 관점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김영기 산업정책연구원장(사진)은 11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업들이 직면한 ESG 이슈를 풀어나갈 획기적인 방법은 노사가 함께 고민하고 협업할 때 나온다”고 말했다.

기업 경영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고 있는 ESG는 이미 세계 주요 기업이 경영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2025년에는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의 유가증권시장 상장기업의 ESG 공시가 의무화되고, 2030년부터는 상장기업 전체로 확대될 예정이다.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는 ESG 경영 이슈를 다루고 접근하는 방법에 대해서 기업들의 고민이 커질 수밖에 없다.

김 원장은 LG전자 최고인사책임자(CHO·부사장)와 LG그룹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총괄 부사장을 지냈고, 2019년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최고경영자(CEO)’로 뽑힌 엘리트 경영인 출신이다. LG에 수직적 관계의 ‘노사(勞使)’가 아니라 수평적 관계인 ‘노경(勞經)’ 문화의 주춧돌을 놓은 인물로 잘 알려져 있으며, 기업의 CSR과 노동조합의 사회적 책임(USR)을 주제로 한 저서를 모두 내놓을 정도로 협력적 노사관계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김 원장이 제시하는 ESG 경영의 접근 방식은 노사 간 협력적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김 원장은 “ESG 경영을 내실 있게 추진하려면 노사 공동의 실행 의지를 바탕으로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며 “노동조합도 기존 ‘조합원 권익보호’라는 핵심 기능을 넘어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이 분야에서 40년간 쌓은 노사협력, 안전, 인사관리 노하우를 기업 및 노동조합 관계자들과 공유하기 위해 ‘노사 ESG 경영 최고위 과정’을 산업정책연구원에 개설했다. 3기를 맞이하는 ‘ESG 경영 과정’은 다른 노사관계 강의와 차별되는 점이 있다. 김 원장은 “노사관계를 갈등의 관점에서 다루는 기존 강의들과 달리 노동법이나 임금 및 단체협상 방안과 관련된 커리큘럼은 전부 제외했다”고 강조했다. 외교관 출신인 김영목 전 뉴욕 총영사, ESG 권위자인 김종대 인하대 교수, 노동경제학 분야 전문가인 권순원 숙명여대 교수,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등 각 방면의 다양한 권위자를 강사로 모셨다. 서울 대현동 산업정책연구원에서 오는 21일 첫 강의를 시작으로 매주 목요일 오후 6시부터 9시까지 하루 2개씩 총 20개 과정이 진행된다.

김 원장은 “ESG는 최종 목표가 아니라 UNSDGs(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위한 과정”이라며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노사가 ESG에 얼굴을 맞대고 협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