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공개수배된 가평 계곡 살인사건 용의자 이은해(왼쪽), 조현수.




혼인신고 5개월 만에 남편을 피보험자로 생명보험 4개 동시 가입, 가능한 일일까?

최근 공개수배된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용의자 이은해가 남편과 혼인신고를 하고 생명보험 여러 건을 집중적으로 가입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생명보험은 말 그대로 사람의 생명 혹은 건강과 관련해 발생하는 위험에 대해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입니다. 사망 시 지급되는 보험금 규모가 큰 만큼 악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죠.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는 생명보험의 대표적인 상품, 종신보험의 유의점을 살펴보겠습니다.

◆ 종신보험 가입한도 제한? "사실상 없다"

가평 계곡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공개수배된 이은해.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받기 위해 수차례 살인을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독이 있는 복어 피를 먹인다거나 물을 두려워하는 남편을 계곡에서 다이빙까지 유도, 결국 사망까지 이르게 한 사건입니다.

사망한 남편은 여러 개의 생명보험상품에 가입해 있었고, 월 보험료만 70만 원에 달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일반적인 상식선에서 여러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해 월 100만 원에 달하는 보험료를 내는 일은 쉽지 않죠. 보험사들은 보험 가입시점에서 합리적인 의심을 해볼 수는 없었을까요?

가입자들이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보험사는 정보조회를 통해 해당 가입자가 어떤 상품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보험상품인 실손보험의 경우에도 중복보장이 되지 않는 만큼 가입단계에서 확인이 가능합니다. 종신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른 종신보험에 가입돼 있는지 확인은 가능하지만, 중요한 점은 설계사가 가입자의 추가 가입을 제한할 근거는 없다는 것입니다.

생명보험의 경우 가입한도 제한이 있긴 하지만, 1인당 50억~80억 원 수준으로 매우 높게 설정돼 있습니다. 상한선이 사실상 없는 것이나 다름 없겠죠. 게다가 일반적으로 종신보험은 자산가들이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여러 건을 활용하는 경우도 있고, 설계사들의 실적과도 연결돼 있는 만큼 상품 가입에 대한 갯수 또는 한도를 제한하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입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지인'이었던 설계사를 통해 보험에 가입한 사례라 더 안타까움을 줍니다. 종신보험은 악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계약 단계에서 보험사는 물론 설계사 차원의 보다 꼼꼼한 심사가 필요해 보입니다.

◆ 사망보험금 수익자 지정 명확해야

그렇다면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 계약자가 꼭 확인해야 할 점은?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수익자 지정'입니다. 종신보험은 피보험자가 사망했을 때 수익자가 보험금을 수령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익자를 지정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종신보험에 가입할 때 대부분 '법정상속인'로 자동 지정합니다. 수익자를 명확히 체크하고 가입하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제1순위는 배우자나 자녀가 되겠죠. 이번 계곡 살인 사건의 경우에도 보험료는 사망한 남편이 지급해왔지만, 결국 수익자가 배우자로 지정된 사례였습니다.

하지만 가정마다 사정은 각기 다릅니다. 이혼가정이나 부모와 자녀간 갈등이 있는 경우 등 여러 상황이 있을 수 있겠죠. 이런 이유로 추후 종신보험 사망보험금 수령시 분쟁이 발생하는 사례도 많습니다. 때문에 종신보험 가입 시에는 수익자를 명확하게 지정하는 것이 추후 분쟁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단, 사망을 담보로 하는 만큼 가족관계가 아닌 제3자로 수익자를 지정하는 경우 보험사기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 계약이 거절될 수 있습니다.
보험금 노린 '계곡 살인'…종신보험 주의보 [슬기로운 금융생활]
◆ 2개월 돈 못 내면 실효…부활때는 다시 심사

또 한 가지 체크해야 할 점, 종신보험의 경우 2개월간 보험료를 납부하지 않으면 실효됩니다. 효력을 잃는다는 의미입니다. 보험료를 낼 사정이 되지 않는 경우 해약을 할 수 있는데, 해지환급금은 원금에 훨씬 못 미치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실효된 상태에서 보험료를 다시 지급하고 '부활'시킬 수 있습니다. 이를 업계에서는 부활 절차라고 칭합니다. 하지만 계약을 부활시킬 때는 심사가 다시 이뤄질 수 있습니다. 장기간 보험료를 내지 않고 있다가 갑자기 보험료를 내는 경우 목적성이 있다고 판단, 보험사에서 이를 거부할 수도 있습니다.

종신보험은 가정의 가장이 유고 시 남은 가족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가입하는 대표적인 상품입니다. 하지만 수년 째 사망보험금을 담보로 한 보험사기가 이뤄지고 있고, 이 과정에서 불행하기 목숨을 잃는 사람들도 상당합니다. 사람 목숨을 담보로 한 상품인 만큼 가입 단계부터 깐깐한 심사와 관리감독이 요구됩니다.

★ 슬기로운 TIP

금융당국에서 매년 강조하고 있는 점이 있죠, 바로 종신보험은 '저축성보험'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보험상품명에 '종신보험'이 붙은 경우 이는 사망보험금이 지급되는 보장성 보험입니다. 때문에 원금을 보장하지 않고, 중도해지시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점 숙지해야 합니다.

간혹 종신보험을 노후자금용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종신보험은 말 그대로 종신보험일 뿐. 연금 형태로 수령 가능하다고 해도 온전한 저축성보험의 역할에 미치지 못하니 용도에 적합한 금융상품을 명확하게 선택해야 한다는 점, 잊어서는 안 됩니다.

종신보험은 남은 가족들을 위한 보험입니다. 나의 미래는 종신보험이 아닌, 저축성 또는 연금을 통해 준비하면 됩니다.
보험금 노린 '계곡 살인'…종신보험 주의보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