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CEO 중 이런 사람 있었나"…'샘 킴' 김상현에 쇼핑조직 '봄바람'
롯데의 ‘변신 속도’가 빨라졌다. 올해부터 롯데 유통군HQ를 이끄는 김상현 부회장(사진)이 “샘 킴으로 불러달라”며 소통을 연일 강조하고 있는 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롯데 창립 이후 처음으로 직급도 없앴다. 150여 명으로 구성된 유통군HQ에 우선 적용하고, 점차 유통 계열사로 확대할 계획이다.

김 부회장은 작년 말 롯데의 첫 외부 출신 부회장으로 영입됐다. 신동빈 그룹 회장이 유통 부문 혁신을 위해 직접 발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이 주력’이라는 롯데의 오랜 공식은 지난해 깨졌다. 롯데쇼핑의 작년 연결 기준 매출은 15조5812억원으로 그룹 내에서 롯데케미칼(17조8052억원)에 처음 역전당했다. 2016년께부터 영업이익 등 수익성 측면에서도 유통이 화학에 뒤처졌다. 김 부회장은 ‘롯데 유통의 부활’이란 특명을 받았다.

취임 후 그는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와 관련한 일화 하나. 가족이 모두 해외에 거주하는 터라 서울 코엑스 인근 오피스텔에 홀로 사는 ‘자취생’ 김 부회장이 어느 날 나영호 롯데온 대표에게 이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이랬다. “이것저것 사다 보니 품목이 30개가 넘었어요. 그랬더니 결제 에러가 나더군요.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논의해 봅시다.”

그는 강남권에 있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 부문 계열사 점포도 수시로 찾는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이전 최고경영자(CEO)들도 현장을 자주 찾기는 했지만, 수요자 관점에서 피드백을 주는 CEO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김 부회장뿐 아니라 롯데 유통 부문 계열사의 다른 CEO들도 소통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다. 신세계 출신인 정준호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달부터 매주 수요일 ‘모든 곳이 나의 사무실’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일종의 ‘워케이션(휴가지 원격근무)’ 실험을 진행 중이다.

백화점 전 직원이 본인이 일하기 편한 공간에서 자유롭게 업무를 보도록 권장하는 제도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평소 업무로 찾기 어렵던 전시회나 맛집 등 핫플레이스를 방문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다”며 “조직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낀다”고 말했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보고 개념을 없애 소통을 활발히 하고 있다. 임원이나 팀장들이 대표 집무실에 와서 보고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에 따라 대표가 임원실과 팀장 자리로 이동해 토론이나 회의를 하고 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