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 1분기 시장 추정치를 넘어서는 ‘깜짝 실적’을 냈다. 글로벌 완성차업계의 잇단 감산 등 주요 악재에도 불구하고 선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한 데다 주요 원자재 가격 변동폭을 배터리 납품가격에 반영해 수익성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기차 질주' 올라탄 LG엔솔 실적 선방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이 4조3423억원, 영업이익은 2589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24.1% 감소했다. 영업이익 감소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으로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대두된 공급망 불안, 원자재 가격 급등, 물류비용 상승도 영향을 끼쳤다.

이 같은 악재에도 영업이익은 애초 우려한 것보다 잘 나왔다는 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시장 추정치(에프앤가이드)인 1639억원보다 57.9% 높다. 니켈 리튬 등 배터리 주요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이를 판매가에 연동해 가격 급등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했다. 완성차업체와 납품 계약을 할 때부터 가격 변동 리스크를 나눈 ‘원가 전가율’이 예상보다 높았다는 얘기다. 또 테슬라를 중심으로 원통형 배터리 셀 수요가 늘어난 데다 생산 공정을 자동화하는 등 수율을 개선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향후 경영 여건도 긍정적이다. 노우호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공급난에 따른 전기차 생산 차질이 점진적으로 해소돼 시장지배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며 “중국 배터리 기업과의 수익성 격차가 줄고 있는 터라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에 비해 저평가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5년 이후 북미에서만 200GWh 이상의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다. 2025년 북미 전기차 배터리 수요 전망치인 285.8GWh(글로벌 시장조사업체 IHS)의 70%에 육박하는 양이다. 2023년 하반기엔 테슬라에 공급하는 ‘4680 배터리’도 양산할 예정이어서 점유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김형규 기자 k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