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대게 파티' 즐기려면 서두르세요
지난 2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국내 수산업계에선 러시아산 수산물 가격이 급등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러시아로부터 대부분을 수입하는 대게도 그런 품목이었다.

하지만 러시아산 대게는 3월 한 달간 되레 작년보다 싼 가격에 거래됐다.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요 도시를 봉쇄하자 중국에서 소화가 안 된 물량이 한국으로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7일 수산업계에 따르면 한국에서 유통되는 대게의 90%는 러시아에서 들어온다. 전쟁 초반에는 예상대로 러시아산 대게 가격이 평년 대비 20%가량 비싸지기도 했다.

분위기는 한 달 새 반전됐다. 이날 노량진수산시장 가격정보에 따르면 3월 마지막 주(3월 28일~4월 2일), 러시아산 대게의 평균 낙찰 가격은 1㎏에 2만9100원이었다. 3월 첫 주만 해도 4만원대 중반에서 거래되다가 한 달 새 가격이 급락한 것이다. 작년 12월에는 7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여기에는 중국의 도시 봉쇄 영향이 크게 작용했다.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상하이 등 중국의 주요 도시가 봉쇄되자 수출길이 막힌 러시아산 대게가 한국으로 유입됐다. 일반적으로 한 주에 국내에 들어오는 대게 물량은 150~200t이다. 중국 봉쇄가 시작된 3월 중순 이후에는 500t까지 수입량이 늘었다.

오랜 시간 저장하기 힘든 생물의 특성상 공급이 늘면 적체 물량을 해소하기 위해 단기적으로 가격이 크게 떨어진다. 서방 국가들이 러시아 수입품에 제재를 가한 것도 가격 하락에 영향을 줬다.

전년 11월부터 5월까지 이어지는 대게 철이 겹쳐 대게를 찾는 소비자가 급증했다. 인스타그램, 맘카페 등 SNS에는 ‘온 가족 대게 파티’를 했다는 게시글이 부쩍 늘었다.

전쟁에 대비해 러시아산 수입물 재고를 확보해둔 대형마트는 얼떨결에 ‘대게 떨이’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롯데마트·이마트·홈플러스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초까지 대게 할인 행사를 했는데, 소비 증가와 맞물려 행사가 끝나기도 전에 물량이 동났다. 행사 기간에 롯데마트는 대게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네 배 이상 늘었다. 홈플러스는 285%, 이마트도 105% 폭증했다.

다만 대게 ‘바겐세일’은 오래가지 않을 전망이다. 수산물 시장 상인들은 “이번주가 마지막 기회”라고 했다. 전형욱 홈플러스 수산팀 바이어는 “현재 러시아 해역에서 정상적으로 조업이 이뤄지고 있고 중국 봉쇄도 차차 완화되고 있다”며 “재고 물량이 소진되는 다음주부터는 가격이 오르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도소매 가격도 ‘바닥’을 쳤다. 수산물 유통 플랫폼 인어교주해적단에 따르면 러시아산 대게의 평균 소매가격은 2월 말 7만원대에서 이달 초 5만원대 중반까지 떨어졌다가 지금은 5만원대 후반에 거래되고 있다. 노량진에서도 4월 첫 주 ㎏당 3만7375원에 거래됐다. 전주보다 28% 오른 가격이다.

한경제 기자 hanky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