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수술에 따른 실손보험 지급액이 두 배가량 급증하면서 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주요 보험사마다 보험금 지급 심사를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금융당국 차원에서 마련하겠다던 가이드라인은 여전히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이 때문에 일선 현장에선 병의원 및 보험 가입자들의 반발과 혼란이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백내장 수술과 관련한 보험 사기 행위를 강력 처벌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오는 등 일부 병의원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여론의 지탄이 커지고 있다.
백내장 보험금만 월 1000억원 넘어
6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대 손보사의 지난달 백내장 수술 실손보험 지급액은 1206억4600만원으로 전년 동기(608억1300만원) 대비 두 배가량으로 폭증했다. 실손보험 시장에서 이들 상위 5개사의 점유율은 80%를 넘는다.

단일 질환에 따른 실손보험금이 월 1000억원을 넘어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따라 전체 실손보험 지급액 가운데 백내장 수술이 차지하는 비중도 10%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백내장 수술 폭주…5대 손보사 '실손 대란'
백내장 수술은 노화 등에 따라 회백색으로 혼탁해진 안구 내 수정체를 제거한 뒤 인공 수정체로 교체하는 것이다. 수술 시간이 20분 정도로 짧고 간단해 동네 병원에서도 손쉽게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백내장 여부와 무관하게 노안 등 시력교정용으로 다초점렌즈 인공수정체를 삽입하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편법 시술이 성행해 왔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실손보험 지급 기준을 강화하는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4월부터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일부 병의원에서 ‘절판 마케팅’에 나서는 등 탈법이 성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최근 한 안과 병원은 새벽에도 수술실을 돌리고 렌즈가 동이 나 저가형으로 대체 수술을 하는 등 난리법석이었다”며 “환자들이 빈 병실이 없어 수술 직후 안마의자에 앉아 안정을 취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고 전했다.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비슷한 고발이 접수됐다. 안과에 다니는 여자친구를 뒀다는 한 청원인은 ‘서민들의 소중한 보험료를 도둑질하는 악질 보험사기단을 강력히 처벌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 글에서 “브로커들이 환자에게 전화를 걸어 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백내장 보험금 1000만원을 타게 해주면 수술비의 10%를 (페이백해) 주겠다고 유인하고 있다”며 “브로커들은 30%(약 300만원)를 챙겨가는데 이게 교통사고 자해공갈단과 뭐가 다르냐”고 했다.
빗발치는 민원에 보험사들 ‘냉가슴’
이런 탓에 일부 보험사는 실손보험 지급 기준을 자체적으로 강화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금융당국 가이드라인이 아직 검토 단계여서 ‘벙어리 냉가슴’만 앓고 있다. 일부 안과병원이나 환자들은 보험사를 상대로 “정부의 공식 발표도 없는데 왜 이제 와서 우리만 보험금을 안 주겠다는 것이냐”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감원도 지난 5일 부랴부랴 대한안과의사회와 간담회를 열고 보험 사기에 대한 현장 단속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나 가이드라인에 대해선 “아직 검토할 사항이 남아 있다”며 말을 아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의료계 반발 등 변수가 적지 않다”며 “최대한 합리적인 대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내장 수술이 실손보험 재정을 좀먹는 주범이 된 데는 금감원의 원죄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금감원은 2016년 3월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시력교정 기능이 없는) 단초점렌즈가 아닌 다초점렌즈 시술에도 실손보험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 이후 노안 등 시력교정술이 백내장 수술로 둔갑해 일선 안과병원의 최대 먹거리로 부상했다는 지적이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