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V용 포토레지스트 상용화 눈앞…동진쎄미켐, 소부장 국산화 '마침표'
2019년 6월 일본의 전격적인 수출규제 조치 대상이던 3개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의 국산화가 3년 만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국산화 최후의 난제로 꼽혔던 ‘극자외선(EUV)용 포토레지스트’마저 국내 기업이 상용화를 눈앞에 두면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탈(脫)일본 행보가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용 감광액 제조업체 동진쎄미켐의 이준혁 대표(부회장·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벨기에의 글로벌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IMEC)과 기술협력을 맺는 등 일본의 수출규제 소재를 국산화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일본의 수출규제 핵심 품목인) EUV용 소재를 만들기 위해서는 실제 빛을 조사해 소재 물성을 검증·테스트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관련 장비만 수천억원대에 달한다”며 “(소재 개발을 위해) 관련 장비를 갖춘 IMEC에 직원을 파견해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EUV용 포토레지스트 개발 현황과 상용화 계획에 대해선 함구했다.

동진쎄미켐은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 이후 EUV용 포토레지스트 상용화를 위한 준비를 발 빠르게 해왔다. 2019년 경기 화성 발안 공장에 노광 장비를 구축해 EUV용 포토레지스트의 전 단계인 불화아르곤(ArF) 포토레지스트에 대한 성능평가 역량을 확보했다. 2020년에는 이 대표가 직접 벨기에를 방문해 IMEC과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관련 업계에선 동진쎄미켐이 EUV용 포토레지스트 상용화 바로 직전 단계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고 있다. 동진쎄미켐이 개발한 EUV용 포토레지스트가 국내 반도체 업체에서 성능 평가를 통과했고, 일부 양산 준비에도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등 국내 반도체 제조업체들도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핵심 소재 공급처를 다원화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EUV용 포토레지스트 상용화 눈앞…동진쎄미켐, 소부장 국산화 '마침표'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의 미세한 회로를 그리기 위해 웨이퍼 위에 뿌리는 감광액이다. 사용하는 노광장비 광원의 파장에 따라 불화크립톤(KrF·248㎚) 불화아르곤(ArF·193㎚) 극자외선(13.5㎚)용으로 구분된다. 파장이 짧을수록 미세 공정에 유리하다. 불화수소,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달리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국산화가 쉽게 진척되지 않았다.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수입량은 2019년 861t(2억6842만달러)에서 2021년 954t(3억6723만달러)으로 늘었다. JSR, 신에츠화학, 도쿄오카공업, 스미토모화학 등 일본 업체들이 여전히 세계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동진쎄미켐은 1989년 세계에서 네 번째(국내 최초)로 반도체용 포토레지스트를 제조한 국내 대표 소부장 업체다. 이 대표는 “3차원(3D) 낸드플래시에 쓰이는 KrF 포토레지스트를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다”며 “이 분야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기록 중”이라고 강조했다.

동진쎄미켐은 지난해 매출 1조1613억원, 영업이익 1318억원을 기록했다. 포토레지스트, 습식용액 등 전자재료 글로벌 수요가 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3.8%나 증가했다. 이 대표는 최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1994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화학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2008년부터 대표이사로 근무하고 있다. 동진쎄미켐을 창업한 이부섭 회장의 차남이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