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의 올해 첫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업종·지역별 최저임금 차등화를 요구하는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사용자의 지급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일률적인 최저임금제가 지속된 탓에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까지 몰린 기업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규모가 작고 비숙련 근로자 비중이 높은 업종일수록 최저임금 차등화가 절실하다는 의견이다.

경기 안산 반월국가산업단지의 한 정밀화학업체 사장은 “같은 화학업종 중소기업 100곳 중 10곳이 지난 1년 사이 폐업했다”며 “5년 만에 업종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41.6%나 획일적으로 오른 최저임금을 도저히 감당할 수 없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금속가공업체 사장은 인건비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지난해 50~60대 숙련공 6명을 내보냈다. 이 회사 사장은 “국내 중소제조업 근로자는 대체로 고령층 내국인과 외국인으로 나뉘는데 최저임금을 올리면 임금 부담이 높은 내국인부터 감축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저임금위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수입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근로자는 319만 명에 달했다. 업황과 지역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도저히 최저임금을 맞출 수 없는 업체가 중기·소상공인 중 적잖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미만 근로자의 83.2%는 30인 미만 업체에 분포했다.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 비율은 숙박·음식업(42.6%), 기타서비스업(27.6%), 도소매업(18.5%) 같은 비숙련 근로자 비중이 비교적 큰 업종에서 특히 높았다.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획일적 최저임금으로 종업원을 내보내고 ‘나 홀로 장사’를 택하는 소상공인이 증가하면서 비숙련 일자리 고용마저 줄어드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2020년 137만2000명에서 지난해 130만1000명으로 6만1000명 감소했다. 반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419만3000명에서 424만9000명으로 5만6000명 늘었다. 지난해 한국노동경제학회는 최저임금 10% 인상 시 전체 고용이 최대 34만8000명 줄어들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무차별한 최저임금 인상은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 정책과도 엇박자를 내고 있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최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대출 만기를 오는 9월로 네 번째 연기했다. 올 1월 말 기준 만기 연장·상환유예 대출 원리금은 291조원, 대출잔액은 133조4000억원에 달한다. 코로나19로 빈사 상태에 내몰린 소상공인·자영업자의 인건비 부담만 늘리는 최저임금을 손보지 않은 채 지원 정책만 만지작거리는 것은 근본 처방을 외면한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저임금 차등화를 전격 도입하기까진 걸림돌이 적지 않을 전망이다. 차등화 제도 설계와 사회적 합의를 도출해내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양옥석 중소기업중앙회 인력정책실장은 “단순 업종 구분만이 아니라 업체별 영업이익, 규모, 지급 능력 등을 다방면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은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지역별 차등 적용이 실현되려면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관련 정책에 대한 지방정부의 권한도 동시에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경진/안대규 기자 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