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물가 급등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하반기 중 알뜰폰 요금 인하를 추진한다.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에 내는 도매 대가를 인하해 요금을 낮추겠다는 것이다. 소비자 부담을 줄이기 위한 조치지만 업계에선 ‘통신사 팔 비틀기’라는 지적도 나온다.

이억원 기획재정부 1차관은 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열고 “알뜰폰 도매 대가를 추가 인하해 저렴한 요금제 출시 여건을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알뜰폰 도매 대가는 알뜰폰 사업자가 통신사 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지급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기준 종량제 데이터 도매 대가는 메가바이트(MB)당 1.61원인데, 이를 더 낮추겠다는 것이다. 도매 대가가 낮아지면 알뜰폰 사업자의 수익성이 좋아져 요금 인하가 가능해진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 방침에 통신사는 정부가 요금 인하를 과도하게 압박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지금도 매년 20~30%씩 도매 대가를 낮추고 있다”며 “더 인하할 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사업자 간 협상해야 할 문제를 정부가 주도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 맞지 않다”고 했다. 정부는 앞서 종량제 데이터 도매 대가를 2018년 MB당 3.65원에서 2019년 2.95원, 2020년 2.28원, 2021년 1.61원으로 매년 낮췄다. 현재 알뜰폰 가입자는 1000만 명을 넘는다.

정부가 알뜰폰 요금 인하를 추진하는 것은 물가 때문이다.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0월 이후 5개월 연속 3%대를 기록 중이다. 석유류와 농식품 등 우크라이나 사태 관련 품목의 물가가 오르면서 지난달에는 물가가 4% 이상 올랐을 가능성도 있다. 이 차관은 “대외 여건의 불확실성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과거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선 유류세 인하 방안과 농식품 할인 판매 연장 등도 논의됐다. 이 차관은 “유류세 인하 폭 확대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인하 여부와 인하 폭은 오는 5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알루미늄, 니켈 등 전략 물자는 정부 비축분을 적극 방출하고 있다고 했다.

강진규/최다은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