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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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스템임플란트와 동진쎄미켐은 연초부터 국내 자본시장을 떠들석하게 한 코스닥시장 상장사들입니다. 짧은 시간에 동진쎄미켐 주식을 1000억원 이상 사들였다가 판 '슈퍼개미'가 오스템임플란트 회삿돈 1880억원을 횡령한 직원과 동일인인 것으로 지난 1월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오스템임플란트 주식은 매매 거래가 정지됐고 동진쎄미켐 주식은 사건이 알려진 직후 급락하는 등 홍역을 치렀습니다. 그로부터 3개월이 지났지만 오스템임플란트는 여전히 거래가 재개되지 않는 등 역대급 횡령사건의 충격파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역대급 횡령 사건에 휘말렸음에도 이들 두 회사를 부러워하는 중소기업들이 적지 않다는 평가입니다. 불미스러운 사건이 촉매제로 작용하긴 했지만 중소기업으로서 인지도가 단숨에 대기업만큼 높아진 게 이유라고 합니다. 온갖 매체를 넘나들며 헤드라인을 장식한 영향으로 유명해진 건 부럽다는 겁니다.

한 중소기업인은 "시끄러운 사건에 얽혀 나름 고충이 있겠지만 두 회사 모두 펀더멘털엔 별다른 영향이 없다"며 "변한 게 있다면 전국민이 이름을 알게 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또 다른 중소기업인은 "중견·중소기업, 그 중에서도 일반 소비자(B2C)가 아닌 기업(B2B)을 대상으로 하는 제조업은 아무리 많은 자원을 투입해도 오스템임플란트와 동진쎄미켐처럼 유명해지긴 힘들다"면서 "이름을 알리는 게 중요해진 건 MZ세대(1980~2000년 초 출생) 인재 영입 등 채용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분야별 1등 기업이라고 해도 중소기업은 대중에게 알려지기 어렵고 그 결과 인재 채용도 힘들어 두 회사가 부러운 측면도 있다는 설명인 겁니다. 실제 오스템임플란트는 임플란트 업계 국내 1위 기업으로 지난해 매출 8245억원, 영업이익 1433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동진쎄미켐은 반도체 소재인 감광액 분야에서 정상에 올라 있으며 작년에 매출 1조1612억원, 영업이익 1318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중견기업인은 "MZ세대는 동종업계 대비 월급을 더 받느냐보다 또래가 두루 아는 유명한 회사이냐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걸 요즘 면접에서 자주 느낀다"며 "지속 성장 원동력은 늘상 하는 고민이지만 인지도를 어떻게 높일 지가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라고 털어놨습니다.

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