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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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세, 종합부동산세를 내야 하지만 산정 기준이 되는 올해 공시가격이 없는 아파트가 전국 4만4000세대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아파트 보유자들은 재산세 등의 고지를 받으면서 고지서를 열어보기 전까지는 자신이 내야할 세금이 얼마인지 알 수 없다.

정부가 최근 1세대 1주택자만 올해 보유세 산정 때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하는 방안을 발표하면서 공시가 없는 주택 거주자들이 보유세 납부 때 극심한 혼란을 겪을 전망이다.

1일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6월 이후 입주를 한 500세대 이상 아파트를 전수조사한 결과 이 중 4만3840세대는 2022년 공시가 열람이 불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아파트들은 소유권 이전고시가 없는 등 등기상 정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올해 공시가 열람 대상에서 제외됐다.

공시가가 없는 작년 신축 아파트는 서울에서만 4657세대에 달한다. 수도권으로 보면 2만7606세대가 올해 공시가가 없는 상태로 보유세가 부과된다. 여기에 더해 올 상반기 입주를 시작하거나 예정 중인 공동주택 중에서도 추가로 미공시 공동주택이 발생할 전망이다. 정부는 상반기 입주 공동주택에 대해 6월1일 기준으로 추가 공시해 공시가격을 산정하지만, 이 아파트들도 건축물 대장 발급이 되지 않을 경우 공시가가 없는 미공시 주택이 된다.

문제는 공시가가 없다고 하더라도 지난해 하반기 혹은 올 상반기 입주한 공동주택은 6월1일 기준으로 부과되는 보유세를 내야 한다는 점이다. 적게는 수십만원, 많게는 수백~천만원 가량 보유세를 내지만 정부가 공시가를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세액을 예상하는 데 큰 불편을 겪게 됐다. 오는 7월 재산세 고지서를 받아볼 때가 돼서야 자신이 낼 세금이 얼마인지, 아파트의 공시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더해 정부가 1세대 1주택자에 한해서는 2021년 공시가를 적용해 보유세를 산출하는 내용의 보유세 경감방안을 발표하면서 셈법은 더욱 복잡해졌다. 등기 문제로 공시가가 없는 신축 공동주택은 매년 수십만세대가 발생해왔다. 하지만 올해는 정부의 보유세 경감방안에 따라 2022년 첫 공시가가 나온 주택은 주변 주택의 2022년 공시가 상승률을 감안해 만든 2021년 공시가 추정치로 과세하게 된다.

지난해 6월 이후 서울 신축한 아파트 중에는 서초그랑자이(1446세대), 이수푸르지오더프레티움(514세대), 방배그랑자이(758세대) 등 매매가격이 15억원을 훌쩍 넘기는 주택이 수천세대 포함됐다. 이 아파트에 거주하는 거주민들은 '깜깜이 보유세 폭탄'을 맞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호소하는 상황이다.

서울 서초구 소재 아파트에 지난해 7월 신규 입주한 1세대 1주택자 김모씨(63)는 "올해 종부세를 낼 가능성이 높아서 공동주택 공시가 열람을 했지만 우리 집은 공시가격이 전혀 조회되지 않아 당황스럽다"며 "주변 주택을 보고 막연히 종부세를 내게 되겠다고 생각은 하지만 행여나 주변 아파트보다 새 아파트라고 가격이 높게 매겨져 보유세 폭탄을 맞게 되는 것은 아닐지 두렵다"고 했다.

이에 대해 행정안전부 측은 "등기나 신축 등의 사유로 공시가가 없는 신축 주택은 매년 있었고, 그 전해 공시가 추정치를 만들어야 세 부담 상한 등을 적용하기 때문에 재산세 부과 시점까지 신축 주택이라고 하더라도 올해와 작년 가격 산출이 가능하다"며 "공시가를 모르고 세금을 내게 되는 국민의 불편을 인정하지만, 행정 기관 입장에서도 등기가 안 된 주택의 공시가격을 낼 수도 없는 사정"이라고 해명했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와 한국부동산원은 미공시 공동주택에 대한 가격 산정 작업에 들어간 상태다.

일각에서는 공시가를 2021년 혹은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내용의 강화된 보유세 경감 방안을 실행할 경우 올 7월 재산세 부과가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현재 여야는 정부의 보유세 경감 방안에서 더 나아가 2020년 공시가를 적용해 보유세를 산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신축 건물의 경우 2020년 수준의 공시가를 산출하기 위해 한 차례 더 역산을 거쳐야 하므로 재산세 부과 전까지 보유세 산정을 위한 아파트 가격이 제대로 나오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관계자는 "공시가를 2020년으로 되돌린다면 그 시점에 없었던 신축 주택의 공시가를 추정해 과세하는 것이 맞는지 논란이 있다"며 "공시가가 아직 나오지 않은 주택은 가격 산정 작업에 시간이 걸려 제대로 재산세 부과를 할 수 없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법안 논의 과정에서 세율을 낮추거나 과표기준을 상향하는 등 근본적인 법 개정으로 접근해야 현장의 혼란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소현 기자 alp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