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바 분할안을 주도한 쓰나카와 사토시 전 사장
도시바 분할안을 주도한 쓰나카와 사토시 전 사장
미국계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베인캐피털이 일본 대표기업 도시바 인수를 추진한다. 베인캐피털은 2018년 SK하이닉스와 함께 도시바의 반도체 사업부인 도시바메모리(현 키오시아홀딩스)를 인수한 PEF다.

1일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베인캐피털은 도시바를 인수하기 위해 단일 최대주주인 에피시모캐피털매니지먼트와 계약을 체결했다.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행동주의 펀드인 에피시모캐피털은 도시바 지분 10.4%를 갖고 있다.

베인이 도시바에 공개매수(TOB·주식시장에서 미리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사들이겠다고 주주들에게 공개적으로 제안하는 행위)를 제안하면 에피시모캐피털이 TOB를 받아들여 보유지분을 전량 매각하기로 약속하는 내용이다.

베인 이외의 투자자가 제안하는 공개매수에는 응하지 않는다는 계약도 함께 맺어 경쟁 PEF들이 도시바 인수전에 뛰어드는 것도 차단했다.

에피시모캐피털은 지난달 24일 도시바 임시 주주총회에서 회사 측이 제안한 기업 분할안을 좌초시켰다. 도시바는 회사를 하드디스크와 파워반도체 제조사업을 하는 디바이스 부문과 나머지로 나눠 재상장하는 2분할안을 추진해 왔다.

에피시모를 비롯해 도시바 지분 약 25%를 보유한 행동주의 펀드 주주들은 분할안에 반대하는 한편 도시바의 통매각을 주장해 왔다.
SK 손잡고 도시바메모리 인수한 베인, 이번엔 도시바 '눈독'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베인은 공개매수가 성사되면 도시바 지분 100%를 확보해 주식시장에서 상장폐지할 계획이다. 현재 도시바의 시가총액은 2조141억엔(약 20조888억원)이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감안하면 지분 100%를 인수하는데 약 26조원 가량이 필요할 전망이다.

베인은 일본 정책금융회사, 일본계 PEF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방안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 외환법은 해외 자본이 일본 주요 기업의 지분을 1% 이상 사들일 때마다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도시바는 경제안보상 중요한 사업인 원자력 발전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베인은 2018년 SK하이닉스와 공동으로 세계 2위 낸드플래시 메모리 반도체 회사인 도시바메모리를 인수했다. 도시바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만큼 인수 후 기업가치를 높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베인은 니혼게이자이신문에 "확정된 사실은 없다"면서도 "도시바를 상장폐지시키기까지는 해결할 과제가 많다"고 밝혔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