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에 새벽배송까지…커지는 환자식 시장
당뇨를 앓고 있는 A씨(75)는 식단 관리 때문에 고민이다. 저당 식단을 챙겨주던 아내가 지난해 세상을 떠난 뒤 삼시세끼를 챙겨 먹기가 쉽지 않다. 영양을 따져 장을 보고 요리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A씨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당뇨식 등 환자 간편식이 식품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르고 있다. 고령화로 시장 규모가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관련 규제를 정비하면서 사업에 탄력이 붙었다. 식품업체들은 환자용 간편식과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환자식

밀키트에 새벽배송까지…커지는 환자식 시장
국내 케어푸드 시장은 지난해 2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케어푸드는 산모나 영유아 등을 위한 건강식품을 의미한다.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씹기 좋은 연화식, 저염식 등 실버푸드 중심으로 발전해왔다. 최근엔 당뇨 환자식, 신장 질환 환자식 등 환자식으로 다양화·고도화하고 있다.

지난해 초 식약처의 규제 정비가 계기가 됐다. 식약처는 지난해 특수의료용도 식품의 분류 개편을 통해 환자용 식품 유형을 4개에서 11개로 세분화했다.

이를 통해 종전에 없던 영양성분에 민감한 만성질환자를 위해 ‘식단형 식사관리 식품’ 유형을 신설했다. 당뇨 환자식용 식단형 식품은 단백질 18g 이상, 나트륨 1350㎎ 이하, 당류 10% 미만 등 식약처가 제시한 조건을 충족하면 제품에 ‘당뇨 환자식’이라고 표기하고 마케팅할 수 있게 됐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존엔 당뇨 환자식을 표기해 제품을 판매하고 마케팅하는 게 불가능했으나 최근 규제 정비로 가능해짐에 따라 환자식 시장 진출이 활발해졌다”고 설명했다.

○암 환자식 등 시장 확대

환자식 가운데서도 식습관 개선으로 효과를 볼 수 있고, 관련 시장이 가장 큰 당뇨 환자용 식품 출시가 가장 활발하다. 이 시장을 가장 적극적으로 공략하는 기업은 현대그린푸드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달 초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의 당뇨 식단 24종을 출시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당뇨 식품 중 식단 수가 가장 많다.

현대그린푸드는 2019년부터 서울아산병원 당뇨병센터와 혈당 개선 연구를 하면서 여주, 꾸지뽕 등 당뇨에 좋다고 알려진 식재료 360가지와 이를 활용한 반찬 조리법 120종을 만들었다. 전자레인지에 2~3분 돌리면 완성되는 밀키트 형태로 이틀에 한 번 새벽에 배송해준다. 박주연 현대그린푸드 그리팅사업담당(상무)은 “당뇨 식단의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식약처가 신설하는 식단형 식품 유형 사업도 적극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상그룹 계열사인 대상라이프사이언스는 지난해 7월 백미 대신 현미와 렌틸콩, 퀴노아를 넣어 당 함량을 낮춘 당뇨 환자용 ‘뉴케어 당플랜 볶음밥’을 선보였다. 대상은 2015년 6월 당뇨환자를 위한 음료인 ‘뉴케어 당플랜’을 출시한 데 이어 지난해 3월 영양 성분을 개선한 ‘뉴케어 당플랜 프로’를 선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뉴케어 당플랜 제품군 매출은 전년 대비 360% 급증했다.

풀무원식품도 지난해 7월 당뇨 환자식 정기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채소찬 2종, 단백질찬 1종, 잡곡밥 1종 등으로 구성된 ‘당뇨케어 밀플랜’ 세트(16종)를 조리해 다음날 새벽 배송해준다. 지난해까지 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하던 서비스를 올해 1월 전국 배송으로 확대했다.

식품업체의 진출이 활발해짐에 따라 환자용 식품 시장은 급성장하고 있다. 2016년 496억원이던 시장 규모는 2020년 1000억원을 넘어섰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암 환자용 식품유형 등 다른 질환의 식품유형 신설도 추진하고 있어 환자용 식품 시장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