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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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금융시장의 가장 큰 뇌관으로 지목되는 자영업자 대출을 관리하기 위해 민관합동 전담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제언이 나왔다. 부실채권을 단순 회수·정리하는 '배드뱅크'에서 더 나아가, 경쟁력 있는 자영업자에게는 빚을 줄여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까지 부여하자는 것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상임기획위원인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인수위와 기획위에 이 같은 전담기구 설치 방안을 건의하기로 했다.

윤 의원 주최로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내 금융시장 3대 리스크, 새 정부의 대응전략은' 토론회에서 전문가들은 자영업 대출 부실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전담 관리 기구 설립을 제안했다.

이재학 신한은행 고문은 "소상공인과 정부, 금융사 각각의 필요와 이해관계를 고려해 상생의 구조를 만들 수 있는 소상공인 지원대출 관리기구를 설립할 필요가 있다"며 "부실채권을 신속하게 매각·정리하면 은행은 추가 지원여력을 확보할 수 있고, 소상공인은 안정적으로 신규 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 같은 전담 관리 기구는 윤석열 당선인이 대선 후보 시절 공약한 '부실채권정리기금'과도 역할이 유사하다. 앞서 윤 당선인은 코로나19 사태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소상공인·자영업자 대출 관리를 위해 정책기금으로 자영업자의 부실 채무를 일괄 매입해 관리하겠다고 공약했다. 부실채권만 사들여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일종의 '배드뱅크'다.

이 고문은 "우리나라가 김대중 정부 때부터 배드뱅크로 처리한 채권이 178조원 규모"라며 "(새 전담 기구는) 부실채권 정리·회수에만 초점을 맞췄던 과거 배드뱅크에서 더 나아가 정상경영 의지가 강한 소상공인에게는 채권재조정을 통해 재기를 지원하는 역할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주제발표자로 참여한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도 "만기연장·상환 유예 조치가 종료되면 누적된 잠재부실이 현재화할 수 있다"며 "정부와 채권단, 구조조정·신용회복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민관합동위원회를 설치해 구조조정, 금융지원, 신용회복 지원 등을 종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올 1월 말 기준 만기가 연장되거나 원리금 상환이 유예된 자영업자 대출은 총 133조3000억원(원금 기준)에 달한다. 지난해 4월 시작돼 올 9월까지 네 차례 연장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끝나면 빚으로 코로나19 위기를 버텨온 영세 자영업자들이 무더기 부실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 같은 배드뱅크 성격의 전담기구 설립이 현실화하면 장기분할상환, 채무조정 등의 절차를 거쳐도 빚을 갚기 어려운 차주의 대출은 해당 기구가 맡아 관리하게 된다. 장기 연체 대출은 부도 처리되거나 일부 탕감을 포함한 구조조정을 받을 수 있다.

전담기구 설립은 인수위와 기획위에서도 비중 있게 검토될 것으로 보인다. 윤 당선인의 금융 공약 구상에도 관여한 윤 의원은 "자영업자 대출 부실 처리 방법 가운데 부실채권정리기금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된다"며 "인수위에 전담 관리 기구를 설치하는 안을 건의하겠다"고 말했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