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칼럼
속도 내는 ‘ESG 공시’ 국제표준화
자본시장은 일관되고 비교 가능한 정보 공시를 통해 투자자에게 장기적 가치를 제공하면서 사람과 지구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은 약 140개국이 채택한 IFRS를 제정하는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를 산하에 두고 있으며, 복잡해진 정보 공시 환경에 맞춰 지속 가능성 기준을 제정할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2021년 11월 설립했다. IFRS재단은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파베르를 ISSB 초대 의장으로 임명하고 위원을 선임하는 단계에 있다. 파베르는 프랑스 식품회사 다농의 전 최고경영자로 지속 가능 경영을 적극 도입했으나 재무 실적 악화로 사임했다.

ISSB는 새로운 공시기준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프레임워크 및 기준을 활용해 국제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IFRS 재단은 지속가능회계기준위원회(SASB), 국제통합보고위원회(IIRC),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등 기존 기준 제정 기구들이 참여한 기술 준비 실무반(TRWG)을 구성하고 6개월간 공동 작업을 거쳐 일반 요구사항과 기후 공시를 위한 2개 원형(prototype)을 공개했다. 이들 원형은 ISSB가 올 하반기에 확정할 지속 가능성 일반 요구 기준과 기후 공시 기준 제정 시 활용할 예정이다. ISSB는 지속 가능성 사안 중 기후에 우선순위를 두고 공시기준을 개발 중이며, 향후 인적자본·물·생물다양성과 생태계·인권 등 사안에 대한 공시기준 제정을 고려하고 있다.

TRWG가 권고한 ISSB 공시기준 구조는 일반 목적 재무보고 이용자(즉 투자자, 대여자, 기타 채권자)에게 중요한 모든 지속 가능성 관련 정보 공시를 위한 일반 요구사항 공시기준을 제정하고, 추가적으로 사안·산업별 공시기준을 설정하는 것이다. TRWG의 일반 요구사항 원형에서는 보고기업의 경계(reporting entity boundary)가 중요성 관점에서 재무제표 연결 기준을 넘어 공급망업체를 포함하도록 하고, 지속 가능성 정보와 다른 재무정보 간 연계성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기후 공시 원형은 TCFD 권고에 따라 지배구조와 위험 관리에 대한 공시 요구사항을 제안하면서 투자자에게 중요한 전략과 지표에 대한 공시에 광범위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또 스코프 1·2 온실가스 배출량뿐 아니라 스코프 3 온실가스 배출량, 기후 관련 사항을 경영진 보상과 연계한 비율에 대한 정보 공시를 요구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IFRS 재단의 기준 제정 전문성, 자본시장에서의 관련 정보 요구를 감안하면 ISSB가 제정할 지속 가능성 공시기준은 많은 국가가 채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국제기준 제정 움직임은 단기적으로 기업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ISSB는 올 상반기 일반 요구사항 및 기후 공시기준에 대한 공개 초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공개 초안을 발표하고 외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구하게 되면 기업은 공시 요구사항, 특히 산업별 요구사항에 대한 적극적 의견 개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IASB와 ISSB의 협업을 바탕으로 지속 가능성 공시기준이 최종 확정되면 기업은 중장기적으로 정보 이용자의 수요를 충족하는 포괄적 정보를 제공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두철 연세대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