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증가세가 주춤해지면서 은행들이 속속 신용대출과 마이너스 통장 대출의 한도를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말 취했던 신용대출 한도 제한 조치를 ‘원상복구’하는 차원이다.

하지만 여전히 개인별 연소득 이내로 신용대출 총액을 제한하는 금융당국의 행정지도가 남아 있어 당분간 고소득자만 한도 완화 혜택을 볼 것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신한은행은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를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늘린다고 29일 발표했다. 30일부터 엘리트론과 쏠(SOL)편한 직장인대출 등 신용대출 상품 한도를 개인별 1억5000만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한다.

농협은행도 다음달 4일부터 마이너스 통장 대출 한도를 기존 5000만원에서 2억5000만원으로 늘리기로 했다. 작년 가계대출을 억제하려는 차원에서 한도를 2000만원까지 낮췄던 조치를 되돌리는 것이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부터 신용대출 한도를 상향한다. 앞서 하나은행과 국민은행도 신용대출 한도를 늘렸다.

금리 인상으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다시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올초 금융당국으로부터 지난해 대비 연 4~5%대 가계대출 증가율을 요구받았는데, 이대로라면 이 증가율도 담보할 수 없어 한도 확대를 결정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늘리더라도 고소득자만 혜택을 볼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작년 말 금융위원회가 각 은행에 행정지도 공문으로 요구한 ‘신용대출 연소득 100% 이내 제한’ 조치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다른 은행 관계자는 “연봉이 5000만원을 넘지 않는다면 신용점수 등 다른 조건이 나쁘지 않다고 해도 한도 증액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대출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어서 조치가 풀릴 가능성도 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