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10년물 금리가 7년여만에 3%대를 돌파했다. 미국이 공격적인 긴축 행보에 나선 가운데 국내에선 적자 국채에 대한 우려가 반영되면서다. 미국과의 금리 역전도 예상되는 만큼, 2분기 한국은행이 추가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국채 10년물 금리는 전장보다 0.160%포인트 상승한 3.031%로 마감했다. 이는 2014년 9월17일(3.034%) 이후 7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도 전장보다 0.242%포인트 오른 2.747%를 기록했다. 2014년 6월12일(2.789%) 이후 7년 9개월 만에 최고치다.

국고채 금리가 급등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공격적인 긴축 행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에 대응해 이르면 5월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 인사들도 빅스텝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긴축 신호를 높였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지난 25일(현지시간) "이론적으로 볼 때 0.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고 한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고 본다"며 "기대인플레이션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10년물 국채 금리는 같은 날 연 2.48%에 마감하면서, 2019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추가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50조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을 추진한다는 점도 채권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추경 규모가 큰 만큼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적자 국채 발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지출 구조조정만으로 윤 당선인이 주장하는 50조원 재원 마련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적자국채가 발행되면 시중에 국채 물량이 쏟아질 것이라는 전망에 투자심리가 위축돼 국채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뱅크
당분간 국고채 금리의 변동성은 확대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시중금리 상승세가 통화당국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 국채 물량 부담을 반영하고 있지만 그 속도와 폭 자체가 다소 과도하다는 판단"이라고 진단했다.

공 연구원은 "한국은행 등 당국의 조치를 당장 기대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단시일 내 분위기 반전이 쉽지 않아 보이고, 미국의 물가가 고점을 확인하는 시기까지 상승 변동성이 지속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4월12일에 발표될 미국의 3월 소비자물가가 높게 나타날 경우, 5월을 포함해 연속 0.50%포인트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설명이다.

적자국채 관련 불확실성도 이어지면서 3년물은 2.90%, 10년물은 3.25%가 각각 다음 고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차기 정부가 추가 추경을 세출 조정을 통해 마련한다는 입장은 긍정적이지만 적자국채 발행 부담은 확대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실적 악화로 법인세수는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로 인해 소득세 및 부가가치세도 축소될 수 있는 상황이며 여기에 국젱유가 상승으로 인한 유류세 인하, 증권 거래량 축소로 증권 거래세 수입 등도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향후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가 역전될 가능성도 점쳐지면서, 한국은행이 추가로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도 나온다. 만약 미국이 5월과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1.50%가 되면서 한국의 기준금리보다 높아지게 된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역전 전망에 따라 지난해부터 강한 매수세를 이어왔던 외국인의 원화채 투자 강도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며 "한미 기준금리 역전을 막기 위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2분기 중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