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5년 만에 처음으로 석 달 연속 감소할 가능성이 커졌다. 자산시장이 정체하고 금리가 오른 데다 올해부터 강화된 개인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로 대출자들이 빌릴 수 있는 한도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다.

수익 전망에 비상이 걸린 은행들은 지난해 대대적으로 축소했던 대출 한도를 다시 늘리고 금리를 내리며 적극적으로 영업을 벌이고 있다.

27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농협 등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이달 24일 기준 705조2932억원으로 전달 말보다 6441억원 감소했다. 올 1월(-1조3634억원)과 2월(-1조7522억원)에 이어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다. 이들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석 달 연속 줄어든 것은 정부의 대출 심사 강화 정책에 따라 은행권이 DSR을 자율 도입했던 2016년 12월~2017년 2월 이후 처음이다.

DSR 규제로 신규 대출 10% 감소

가계대출 석달째 감소…비상걸린 은행들, 대출빗장 푼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액은 6033억원으로 지난해(월평균 2조6350억원)의 4분의 1로 줄었다. 작년 12월부터 마이너스로 돌아선 신용 대출은 이달 들어서도 1조원 넘게 감소했다. 한 시중은행 임원은 “은행의 연간 이자수익을 감안하면 연초 대출 영업이 중요한데 1분기 마이너스 실적은 이례적”이라며 “총량 규제 상한선이었던 가계대출 증가율 연 4~5%가 이제 최대 목표치가 될 정도”라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위험 수위로 급증하던 가계대출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대출 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다. 1년 전 연 2.8%였던 5대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지난달 9년 만에 처음으로 연 4%를 넘어섰다. 신용대출 금리는 연 3.1%에서 연 4.3%로 뛰었다. 한 은행 관계자는 “주택 거래 감소, 주식·코인시장 부진 등으로 신규 대출 수요가 줄었고, 기존 대출을 갖고 있던 사람들도 이자 부담이 커지자 대출을 갚는 경우가 늘었다”고 전했다.

DSR 규제 강화로 대출 한도가 줄어든 것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올 1월부터 강화된 개인별 DSR 규제에 따라 총 대출액이 2억원을 넘는 신규 대출을 받으려는 사람은 연소득 대비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40%를 넘을 수 없다. 서울 강서구의 한 시중은행 지점장은 “체감상 주담대 실수요자는 크게 줄지 않았는데 DSR에 걸려 대출 한도가 크게 줄었다고 토로하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DSR 강화로 차입자의 주담대 한도는 이전보다 15%, 신용대출은 23% 줄었다. 그 결과 신규 가계대출은 9.7% 줄어들 것으로 추정됐다.

4대 은행 마이너스통장 한도 복원

5년 만의 ‘역성장’ 가능성에 은행들은 앞다퉈 대출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우선 대폭 깎였던 대출 한도가 대부분 복원됐다. 우리은행은 소득과 관계없이 1인당 5000만원으로 축소했던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다음달 4일부터 상품별로 8000만원~3억원으로 상향한다. 직장인은 2억원, 전문직은 3억원까지 가능해진다.

앞서 최대 1억5000만원으로 높인 하나·국민은행보다 한도가 더 높다. 신한은행도 이르면 다음주 마이너스통장 한도를 재상향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세 계약을 갱신할 때 보증금 증액분까지만 받을 수 있었던 전세자금대출 한도는 5대 은행 모두 ‘전체 보증금의 80%’로 높였다.

자취를 감췄던 ‘금리 할인’도 쏟아지고 있다. 농협은행은 올 들어서만 세 차례에 걸쳐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비대면 신용대출 우대금리를 모두 0.5%포인트 확대했다. 우리은행은 5월 말까지 신규 담보대출에 0.2%포인트를 더 깎아주기로 했다. 이달 초 주담대 금리를 0.1~0.2%포인트 낮췄던 국민은행은 다음달 6일까지였던 금리 인하 기간을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빈난새 기자 binthe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