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글로벌 목적기반차량(PBV) 시장을 잡기 위한 총력전에 들어간다. 2025년 이후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PBV 시장을 놓치면 미래 성장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세계 자동차 시장이 성장의 한계에 직면한 점도 원인이다. 미국 제너럴모터스(GM)와 일본 도요타 등 글로벌 경쟁자들도 PBV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공언한 상황이어서 더욱 공격적으로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절박함도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기아 "2030년 PBV 세계 1위 목표"…픽업트럭 시장에도 도전장

○PBV 글로벌 1위 노리는 기아

2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이르면 내년 경기 화성에 있는 오토랜드 화성 내에 PBV 전용 공장을 짓기 시작한다. 완공은 2024년이다. 이 공장에서는 PBV와 새로 내놓을 픽업트럭(코드명 TK)의 적재함을 제조한다. 구체적으로는 2025년 중형 PBV(코드명 SW)를 시작으로 초소형 PBV, 버스와 비슷한 크기의 대형 PBV 등을 잇달아 제작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기아가 예상보다 과감한 선택을 했다”는 평가를 내놨다. 기존 공장에서 시범적으로 생산한 뒤 별도 공장을 구축할 것이라는 관측도 많았다. 하지만 기아 경영진은 미래 먹거리에 대한 투자는 경쟁자보다 선제적이고,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단행해야 한다고 판단해 전용 공장을 짓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아는 PBV를 회사의 핵심 미래 먹거리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글로벌 PBV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기아는 2030년 글로벌 신차 판매량의 25%가량이 PBV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간 2000만 대 규모의 시장이 탄생할 것이라는 의미다.

이미 글로벌 물류 회사들은 맞춤형 운송차량 구매를 늘리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경쟁사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GM 산하 테크 스타트업인 브라이트드롭은 최근 미국 월마트 및 페덱스 등과 맞춤형 전기차 공급 계약을 맺었다. 브라이트드롭이 준비하고 있는 차량은 기아의 PBV와 비슷하다. 도요타도 ‘e-팔레트’라는 이름의 PBV를 개발해 지난해 도쿄올림픽에서 선보였다.

기아는 2030년 글로벌 PBV 판매 1위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지난해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아는 이미 일종의 목적기반차량인 군수 차량을 생산하고 있다”며 “기아 특유의 유연성과 신속성이 더해지면 세계 1위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미래차 생산 위한 첫 전용 공장

업계에서는 기아가 25년 만에 짓는 새 공장이 PBV 전용 생산시설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존 내연기관차 생산을 늘리는 대신 미래 모빌리티 시장을 겨냥했다는 설명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 등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미래 모빌리티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금까지 전기차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청사진을 공개했지만, 이를 생산하기 위한 전용 생산시설 관련 일정을 구체적으로 발표한 적은 없다.

게다가 현대차와 기아는 2000년 이후 국내 생산시설을 늘리지 않았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인 데다 해외 시장에 판매할 차량은 현지 공장에서 조립하는 게 더 낫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PBV는 지금까지 만든 적 없는 새로운 개념의 탈 것인 만큼 연구개발 관련 핵심 기지가 있는 국내에서 제조하기로 결정됐다.

기아는 신공장에서 픽업트럭의 적재함도 제조한다. 기아의 첫 픽업트럭이다. 이 차는 2024년 12월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최근 국내 픽업트럭 시장이 꾸준하게 성장하고 있고, 유럽 등 해외 시장도 노려볼 만하다는 게 기아의 판단이다.

도병욱/김일규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