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23일(현지시간) 한국산 철강의 대미 수출 물량에 대한 재협상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재협상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힌 데 이어 러몬도 장관이 좀 더 직접적인 표현으로 재협상 가능성을 일축한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이날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은 쿼터라는 수출 물량 제한을 통해 직전 미 행정부와 합의했다”며 “이를 재협상하는 것은 우리에게 우선순위가 아니다”고 말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때인 2018년 미국 철강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외국산 철강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한국은 고율 관세를 적용받지 않고 2015~2017년 철강 수출 물량 평균의 70%로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받아들였다. 이로 인해 2015~2017년 연평균 383만t이던 한국산 철강의 미국 수출량은 200만t대로 줄었다. 이에 비해 유럽연합(EU)과 영국, 일본은 쿼터제 대신 고율 관세를 택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미국은 EU 일본 영국과 재협상을 벌여 일정한 물량까지 관세를 없애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만 관세를 매기는 저율할당과세(TRQ) 방식으로 합의했다.

이후 한국도 쿼터 물량을 늘리거나 EU와 일본처럼 TRQ 형태로 바꿀 수 있도록 미국 측에 재협상을 요구했다. 하지만 타이 대표는 지난 16일 “쿼터제는 이미 한국으로부터의 면세 수입을 허용하고 있고, 이는 대부분의 우리 무역 파트너에는 해당하지 않는다”며 “한국은 다른 많은 국가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고 혜택을 받고 있다는 점을 알아주기 바란다”고 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