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한은 총재 마침표 찍는 이주열…선제적 금리인상 빛났다
지난 8년 동안 통화신용정책을 진두지휘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이달 말 임기를 마친다. 이 총재는 임기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위기에 과감하게 기준금리를 조정했고, 지난해 8월 주요국 중에서 가장 먼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섰다. 최근 국내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이 높아지고 있고, 미국이 금리인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선제적 인상은 적절했다는 평가다.

23일 한국은행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 총재는 1977년 한은에 입행한 뒤 조사국장, 정책기획국장,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 부총재 등 주요 보직을 거친 뒤 2014년 박근혜 정부에서 총재로 임명됐다. 2018년 문재인 정권에서 연임에 성공했는데, 한은 총재가 연임한 것은 2대 김유택(1951∼1956년), 11대 김성환(1970∼1978년) 총재에 이어 3번째다. 한은 총재가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을 맡기 시작한 1998년 이후로는 최초의 연임이다.

이 총재는 부총재 퇴직 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고문과 연세대 경제대학원 특임교수로 재직한 2년(2012~2013년)을 제외하고는 무려 43년간 한은에 몸담으면서 '최장수 한은 근무'라는 이력도 보유하고 있다.

그는 선제적이고 과감한 기준금리 조정 등을 통해 경제 상황에 비교적 발 빠르게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총재가 2014년 4월1일 취임할 당시 기준금리는 2.5%였다. 취임 보름 만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면서, 경기가 위축되면서 금통위는 같은해 8월 기준금리를 인하했다. 2015년 5월 메르스 사태와 2016년 6월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등을 거치면서 기준금리를 1.25%까지 낮췄다.

2017년 들어 국내 경제 회복세가 뚜렷해지면서 금통위는 11월 기준금리를 1.50%로 올린 뒤 2018년 11월 1.75%까지 추가 인상했다. 하지만 2019년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 일본 수출규제 등의 악재가 이어지자 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는 같은 해 7월과 10월 인하 결정을 통해 기준금리를 1.25%로 내렸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임기 기간 기준금리 추이. (사진 = 한국은행)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임기 기간 기준금리 추이. (사진 = 한국은행)
2020년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 총재는 과감한 통화정책을 펼쳤다. 같은 해 3월 임시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를 한꺼번에 낮추는 이른바 '빅컷'을 단행했다. 같은 해 5월 추가 인하로 사상 최저 수준인 0.50%까지 기준금리를 낮췄다.

지난해 국내 경제가 수출을 중심으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저금리 장기화로 가계부채 증가 속도가 빨라지자 8월부터 금리를 올렸다. 같은 해 11월과 올해 1월 잇따라 인상하면서 기준금리를 1.25%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해 8월 주요국 중에서 가장 먼저 금리인상에 나서면서 외신도 한국은행을 주목했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파월 중앙은행(Fed) 의장은 한은에서 배워야 한다"는 윌리엄 페섹 시니어 칼럼니스트 글을 실었다. 그는 칼럼에서 "Fed가 말만 하고 있을 때, 한은은 행동을 했다"며 "자산 버블과 인플레이션 추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이주열 총재가 이끄는 한은은 폴 볼커 시대 연준 방식을 취한 반면 파월 연준 의장은 앨런 그린스펀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 총재의 선제적 금리인상이 중앙은행의 역할 측면에서도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 총재는 한국 정치권과 경제인들에게 마지막 경고를 했다"며 "결국 중앙은행의 일은 '파티가 진행 중일 때 펀치볼을 제거하는 일'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달 이 총재가 주재한 마지막 통화정책결정 회의에서는 기준금리 동결이 결정됐다. 이 총재가 금통위를 이끌었던 8년 동안 기준금리는 9차례 인하됐고, 5차례 인상했다. 이 총재 임기 중 기준금리는 최저 0.50%에서 최고 2.50% 사이를 오르내렸다.

고은빛 한경닷컴 기자 silverlight@hankyung.com